news [칼럼] 세대교체중인 배드민턴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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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5 14:17본문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어내며 나아간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월의 무게는 그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스포츠의 시간도 마찬가지. 새 세대는 이전 세대로부터 배우지만, 그 세대를 뛰어넘어 자신의 시대로 만드는 게 권리이자 의무다. 흔히, 세대교체라고 말한다. 2010년 배드민턴은 세대교체 기간 동안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가뭄을 지나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려는 때다. 새로운 선수들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알이 새가 될 수 없듯,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작업이다. 밖에서 돕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어렵다. 너무 일찍 깨면 새가 되지 못하고, 너무 늦는 것 또한 제대로 된 날개짓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세대교체는 리빌딩이라고 칭한다. 팀을 재건한다는 뜻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 채 떠나간다. 자의가 될 수도 있고, 타의가 될 수도 있지만 리빌딩의 시작은 은퇴다. 새 포지션에 대한 새 선수들의 적응은, 당연하지만 쉽지 않다. 세월의 무게가 저울로 잴 수 없을 만큼 무겁듯, 경험이라는 것은 그 무거운 세월의 크기에 따라 쌓이는 무엇이다. 경험을 쌓지 못한 선수는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선수와 같다.
리빌딩에는 시간이 걸린다. 야구에서 일반적으로 리빌딩 완성에 걸리는 시간은 5년으로 삼는다. 프로야구 KIA는 1997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팀을 지키던 선동열은 그 전해 일본으로 떠났고 이종범 또한 1997시즌을 마치고 선동열의 뒤를 따랐다. 당시 해태였던 타이거즈는 이후 시즌 예전의 위용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2000시즌이 끝난 뒤에는 김응용 감독마저 삼성으로 떠났다. 2001시즌 중반에는, 아예 팀이 사라졌다. 해태는 KIA가 됐다. 감독은 해태 4번타자 출신이었던 김성한 감독이 맡았다. 타이거즈의 근성을 가장 잘 접목시킬 수 있는 감독으로 여겨졌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KIA는 2002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새로운 타이거즈 역사가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자꾸만 패했다. 2004시즌 중반 김성한 감독이 중도퇴진 했고, 유남호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자꾸만 감독이 바뀌었다. 야구는 쉽지 않았고, 팀은 자꾸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감독들은 계속해서 ‘리빌딩’을 외쳤다. 구조적 개혁과 새로운 팀 만들기를 선언했다. 해마다 시즌이 끝나면 오래된 선수들이 끝나고 그 자리를 새 선수들에 메웠다. 그러기를 5년, KIA는 결국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조범현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지난 5년간 새 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들이 겹쳐졌다. 그 기간 동안 KIA는 정규시즌 꼴찌를 두번이나 경험해야 했다. 리빌딩은 아픔을 낳는다. 어쩌면 그 아픔이 리빌딩을 성공시키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야구얘기가 길어졌지만 스포츠는 통하는 법. 배드민턴은 지금 리빌딩 중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용대-이효정 조가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리빌딩? 이미 끝난 게 아니고?
리빌딩은 진행 중이다. 이용대의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다른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나이는 많아졌다. 올림픽 금메달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 이용대의 파트너 이효정의 나이도 만만치 않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을 가르치는 탁월한 지도력이 필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기다림이다.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체력뿐만 아니라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험이고, 그 경험은 아무리 뛰어난 코치로도 단기 속성 과외로 가르칠 수 없다. 그리고 배움과 교훈은 이기는 경기에서가 아니라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이 배운다. 승리의 기쁨은 그 경기를 되돌아보지 않게 하지만 패배의 분함은 반드시 그 경기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선수가 그 패배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은 코치의 몫이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때 노골드에 그쳤다. 많은 비난이 함께 따라왔다. 세대교체 중에 겪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성장통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무리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강하다고 해도 유럽이 빠진 대회에서 노골드는 비참한 결과라는 평가가 어우러졌다. 당시 대표팀은 묵묵히 모든 비난을 감수했다. 그리고 다시 2년 뒤 결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꾸준한 대회 참가와 경험의 축적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모든 성공에는 그 성공을 뒷받침하는 아픔과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다시 2년이 흘렀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과 달리 이번에는 숙적인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올림픽과는 또 다른 거센 텃세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여자단식을 중심으로 또다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김중수 감독은 지난 코리아오픈 때 “이제 여자 단식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전재연 이후 다시 새 선수들의 그 자리를 메우는 데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성지현, 배연주 등을 비롯한 새 선수들의 성장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자복식과 혼합복식의 세대교체는 시급한 상황. 남자복식 또한 이용대-정재성을 뒷받침해 줄 새 복식조의 성장이 필요하다.
세대교체와 이를 위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은 지나치게 이용대에만 의존하는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모든 스포츠에서 전력강화는 다양성과 백업, 서브 선수들의 강화를 토대로 하듯이 이용대외 다른 선수들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진짜 강팀이 될 수 있다. 해태의 이종범은 혼자의 힘으로도 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지만, 이종범이 떠난 뒤 타이거즈가 다시 우승을 하는 데는 무려 12년이 더 걸렸다. 그리고 이를 이뤄내는 데 필요한 것은 아픔과 함께 반드시 갖춰야 할 묵묵한 기다림이었다. 성급한 시도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 타이거즈의 우승이 12년이 걸렸던 이유도 지나치게 많았던 실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대표팀이 꿈꾸는 리빌딩의 강점은 꾸준한 안정성. 대표팀 김중수 감독은 벌써 2002년 이후 9년째 대표팀을 맡아오고 있다. 대표팀의 불안정성은 불안정한 실험을 낳고, 실험은 또다른 실험을 낳는다. 세대교체의 필수 요건이 꾸준한 지원과 인내심이라는 점에서 2012년 세대교체를 통한 런던올림픽 금메달 목표는 한 걸음씩 차근차근 제 길로 나아가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세대교체에 덧붙여서. 또 한 명의 거대한 물결이 앞으로 나아갔다. 삼성전기 한성귀 총감독이 지난 2일 현역에서 물러났다. 1996년부터 맡아 온 삼성전기 총감독 자리에서 물러나 정년 퇴임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의 산 증인에게 뜨거운 박수를. 세대교체는 앞서 간 이들의 뜨거운 발자국 뒤를 따라감으로써 만들어진다. 수년전 버밍엄에서 한 감독이 직접 커다란 양푼에 직접 진과 토닉워터, 레몬을 섞어서 만들었던 ‘한성귀표 칵테일’이 기억난다. 그때 그 칵테일을 지면으로나마 다시 건넨다.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말과 함께.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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