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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칼럼] 우버컵을 품은 그들은 진정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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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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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스타디움. 제23회 배드민턴 세계여자선수단체선수권대회(Uber Cup) 결승전 4시간의 ‘혈투’가 막을 내리자 모두가 감격의 눈물의 쏟아냈다. 네번째 주자인 이경원(30·삼성전기)-하정은(23·대교눈높이)이 세계랭킹 2위인 두징-위양을 제압하고 한국이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랭킹 1위인 만리장성을 넘어 정상에 섰다. 1998년 이후 대회 7연패를 노리는 ‘골리앗’ 중국을 잡은 것이다. 6년만에 결승에 오른 여자 셔틀콕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56년 ‘우버컵’이 생긴후 처음이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회 등에서 5차례나 준우승을 거둔 배드민턴 강국 한국이었지만, 유독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중국의 벽이 워낙 견고했기에 국제무대 2인자에 불과했던 한국 배드민턴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날이었다.

첫 경기부터 영웅이 탄생했다. 세계랭킹 18위에 불과한 배승희(27·KT&G)가 세계 최강 왕이한(1위)으로 부터 2세트를 내리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두 번째 경기 역시 호흡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는 이효정(29·삼성전기)-김민정(24·전북은행)이 세계랭킹 1위인 마진-왕샤오리에 세트스코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세번째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분위기는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경원-하정은이 우승에 방점을 찍었다. 배드민턴이 만리장성을 넘은 것은 한국 탁구가 중국의 ‘이면타법’을 무너뜨린것과도 같다. 한국의 배드민턴 엘리트 선수들이 3000명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선수가 몇명이 집계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대략 1개의 성에 2만명의 선수가 있다고 하니 중국 전체로 따지면 이용대-이효정 급의 선수는 부지기수다.

배드민턴은 물론 한국체육사에 한 획을 그은 여자 국가대표팀은 금의환향 했을까. 예전 같으면 광화문에서 꽃가루를 뿌리며 카퍼레이드를 벌이고도 남을 축제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새벽에 귀국한 대표팀은 배드민턴 협회가 마련한 환영연이 공식행사였다. 우승을 격려하는 금일봉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가 끝난 뒤 언론은 어떻게 조명했을까. 언론사들이 일요일에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월요일자 지면은 인색했다. ‘중국의 아성을 깨고 한국팀 최초 우승’ 했다는 토요일 경기 결과를 전하는데 그쳤다.
그후 6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 배드민턴 취재를 맡은 기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영웅은 그렇게 잊혀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대표팀 관계자 조차 “한국 언론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세계 언론계는 최대 이슈였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결승에서만 6번째 중국에 도전해 승리를 이룬 ‘쾌거’에 비해 대접은 신통치 않은 셈이었다.

남아공 월드컵 기획, 달아 오른 프로야구 뉴스가 넘처났다고 항변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팬들이 많은 종목에 언론도 몰린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닐 수 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 있다. 그 사이 태극낭자들이 만리장성의 벽을 넘은 이유를 꼼꼼이 따지 않았다. 격려의 박수소리도 크지 않았다.
그럴만큼 배드민턴은 비인기 종목일까. 배드민턴은 이미 축구, 야구를 뛰어 넘어 생활체육 인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종목이다. 그만큼 인기도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자 스스로도 6개월전에는 취재영역이 벗어난 시점이라고 항변하고 싶지 않다. 선수도 경기에서 범실을 할 때가 있다.

김중수 감독님을 비롯한 대표팀, 언론의 무관심이 아닌 ‘작은 범실’로 이해 하시길. 또 한번 중국의 벽을 넘을 때는 언론도 두 번의 반성문을 쓰는 실수를 하지 않을 듯 싶다. 중국의 벽을 넘은 영웅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김창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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