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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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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김중수 대표팀 감독의 예상대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중국이 5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1개의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이용대와 정재성이 남자 복식에서 메달 색깔을 바꾸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했다. 만리장성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었다. 배드민턴 관계자들 조차 “중국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이나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 어렵다”고 회의적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공룡이었다.

그렇기에 도하대회에 이어 ‘노골드’ 수모를 당한 뻔했던 한국의 혼합복식의 금메달은 극적이었다. 신백철(21·한국체대)-이효정(29·삼성전기)조가 8년만에 금맥잇기에 성공했다. 1986년 서울대회부터 2002년 부산대회까지 5회 연속우승을 차지했던 ‘배드민턴 강국’이 도하대회에서 빼앗긴 권좌를 되찾았다.

‘이용대-이효정’이라는 브랜드가 아닌 생소한 조합이기에 의미가 깊다. 신백철은 대표팀에서 2진으로 분류돼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것도 이용대가 팔꿈치 부상으로 남자복식에 집중하면서 ‘깜짝활약’을 보였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신-이’조가 거대한 공룡을 침몰시킨 것이다.

한국의 위상을 되찾은 두 사람의 금메달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2001년 태극마크를 단 이효정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베테랑. 그러나 아시안게임 정상은 처음. 2002년 부산대회에서 단체 은메달, 복식 동메달을 땄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도 단체와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로는 허리, 발목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파트너인 이용대마저 부상으로 명예회복에 절치부심한 터였다.

첫 출전에 금메달을 거머 쥔 신백철은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초등학교 3학년때 라켓을 잡은 그는 2007년 9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타점 높은 공격이 뛰어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실전을 통해 입증, 차세대 에이스로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두명의 선전에도 불구, 장외전은 메달감이 아니었다. 연습부터 적지에서 싸운다는 것을 실감했다. 김중수 감독은 텐허 체육관에서 훈련 뒤 “에어컨 바람이 문제”라고 줄곧 지적했다. 상대 선수가 강한 스매시를 하면 넘어가게 하려는 전술이었다. 중국은 안방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때도 그랬다. 훈련시간 역시 편파적이었다. 중국은 오전·오후에 했지만, 대표팀은 눈칫밥을 먹으며 12시부터 4시까지 몰아서 해야 했다.

점심은 김밥과 도시락으로 때웠다. 심판도 불리했다. 아시안게임 총괄하는 심판도 홍콩사람으로 친중국계였다. 2007년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오픈에서 정재성-이용대조가 중국과 8강전에서 경기를 하다가 기권한 것도 심판 때문이었다. 오픈대회는 중국 심판이 중국 선수 경기에 배정될 수 있는데 배정된 중국 심판이 편파판정을 했기 때문. 오죽했으면 대표팀이 코트를 떠날 때 다른 나라 선수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그들은 악조건을 딛고 중국을 넘었다.

코트에서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당시 국내의 대접은 더 초라했다. 텐허 체육관에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우리 응원단 소리가 커서도 아니고, 교민들이 많이 찾아와서도 아니다. 홈팀 중국팬들이 상대인 한국스타들에게 크게 열광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복식 8강전에서 이용대-정재성이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차이윈-푸하이펑을 꺾는 것을 지켜본 중국팬들은 그랬다. 배드민턴은 중국이 탁구와 함께 세계 최강임을 자부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많은 중국팬들은 오히려 이용대에게 환호했다. 관중석 옆에서 인터뷰할 때 이용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용대는 손을 흔들며 수건을 던져줬고, 관중석에서는 잠시 쟁탈전도 이어졌다. 한국 취재진들 사이에서 “여기가 중국이 맞느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응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비인기 종목이었다. 결승전 중계도 외면했고, 편식중계는 도를 넘었다.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이 열기로 가득 찼지만 한국 방송 어느곳에서도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 KBS1 TV에서는 가요무대, KBS2 TV에서는 드라마’, MBC TV에서는 축구 중계 때문에 늦어진 9시 뉴스가 방송 중이었다. 아시안게임의 중계를 맡은 MBC와 KBS가 ‘선택된 생중계’를 한 것이다.

‘베이징에서 떠오른 훈남’ 이용대가 출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어느 방송도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TV를 통해 중계를 못보는 팬들이 인터넷에 접속, 중계를 보는 방법을 찾아 나서면서 ‘배드민턴 남자단체결승’ ‘이용대’ 등은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잇따라 올랐다. 네티즌들은 CCTV에서 해주는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를 퍼나르기에 바빴다.

가요무대를 마친 KBS1 TV가 배드민턴 중계를 시작한 것은 밤 11시20분 경. 대표팀이 1-3으로 패해 중국의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4시간30분에 가까운 혈투와 투혼을 보여주는 사이 팬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중계권 다툼을 할 때는 언제이고 아시안게임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국의 응원도 없었고 현지적응도 쉽지 않았지만, 금메달은 결국 우리품으로 돌아왔다. 이제 ‘광저우 스타’ 이효정은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실업팀에 복귀한다. 팬들은 중국의 벽을 넘은 신백철과 또 다른 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아듀, 아시안게임.


김창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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