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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칼럼]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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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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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1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대회였습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회장 강영중·BMF)이 야심차게 도입해 올해 처음 시작하는 5대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 중 최고 상금(120만달러)이 걸린 대회여서 그만큼 관심도 높았고, 국내 배드민턴계의 자부심도 컸던 것 같습니다. 시즌 개막전이기도 해 더욱 그랬습니다.

테니스로 치면 4대 그랜드슬램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유에스오픈, 윔블던) 중 상금이 가장 많은 대회를 한국에서 여는 셈인 것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 상금규모가 35만달러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오픈이 60만달러이지만 역시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만 브랜드인 빅터(Victor)가 대회 때마다 95만달러(10억6000여만원)를 후원하기로 하고 스폰서로 나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빅터의 전략이기는 하지만 ‘통큰 베팅’으로, 1982년부터 2009년 2월까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후원하면서 한국시장에 이름을 알렸던 일본 브랜드 요넥스(Yonex)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브랜드와 함께 중국의 ‘리닝’(Lining)이 세계 배드민턴 시장 쪽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니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어쨌든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 걸쳐 25개 나라에서 모두 350명이 출전해 자웅을 겨룬 시즌 첫 슈퍼시리즈에서, 이용대(23)-정재성(29·이상 삼성전기) 짝이 남자복식에서 우승해 중국의 전 종목 우승 싹쓸이를 막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랭킹 톱10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이니 그 우승은 올림픽 금메달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랭킹 7위인 이용대-정재성이 이날 결승에서 홈팬들의 열띤 응원을 등에 업고 세계랭킹 1위인 덴마크의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 짝을 불과 33분 만에 2-0(21:6/21:13) 격파하는 모습은 너무 감격적이었고, 환희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경기 뒤 이용대가 상의를 벗어 관중들에게 던져주는 세리머니 또한 대단한 희열을 느끼게 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다운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확실히 키도 훤칠하고 미남인 이용대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배드민턴 간판스타임에 틀림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용대-정재성이 코리아오픈 2연패를 달성하며 이번에 챙긴 우승상 금만도 9만4800달러, 한국 돈으로 1억1800여만원이나 됐습니다. 이용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시속 280㎞를 육박하는 강스매싱, 그리고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줘 2012 런던올림픽에 기대를 갖게 합니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은, 지난 1월9일 슈퍼시리즈 마스터스 파이널 결승에서 이들 덴마크 짝에 0-2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던 것을 말끔히 설욕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용대가 그렇게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믿고 따르는 형 정재성이 듬직하게 버텨줬기 때문일 겁니다. 정재성은 경기 뒤 “상금을 생각하기에 앞서 2연패를 달성하고 싶었다. 침착하게 플레이한 게 승인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또 10년 동안 사귀어온 같은 배드민턴인 최아람(29)씨와 5월1일 결혼 사실까지 발표해 주변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런 성과에도 남자단식에서 ‘린단 킬러’라는 박성환(27·강남구청)과 이현일(31·강남구청) 등이 초반 탈락하며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효정의 은퇴로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혼합복식에도 새로운 짝 맞추기가 올초 김중수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성한국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남자단식까지 부진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랭킹 1위 리총웨이(29·말레이시아)와 4위 린단(28·중국)이 맞붙어 환상적인 대결을 선보인 남자단식 결승전을 보면서는 ‘한국에서는 언제쯤 저런 위대한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용대-정재성이 완숙에 가까운 기량을 선보인 남자복식 결승전은 배드민턴의 빠른 속도감, 폭발력 등을 보여주며 이번 코리아오픈의 백미감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총웨이와 린단의 대결은 다양한 손기술과 공수 완급조절 능력, 순발력, 지구력 등을 두루 보여준 명승부 중의 명승부가 아니었나 봅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처럼 린단의 승리(21:19/14:21/21:16)로 끝나 목이 터지라 리총웨이를 응원한 말레시아 팬들을 허탈하게 했으나, 경기적 측면에서는 최고였다고 봅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대한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예술이야 예술”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더군요.

여자단식에서는 성한국 감독의 딸 성지현(20·한체대)이 4강까지 오르며 다시한번 가능성을 보여줘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그러나 성지현이 대선수로 성장하려면, 현재 세계랭킹 1~3위에 올라 있는 중국의 왕씨 3자매 격인 왕스셴, 왕이한, 왕신 등 숱한 경쟁자들을 딛고 넘어서야 하니 가시밭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배드민턴이 남녀단식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를 날은 언제쯤일까요? 그날이 머지 않았음을 기대해봅니다.

김경무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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