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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눈물 나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재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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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1건 작성일 2012-10-0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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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2012 LONDON OLYMPIC BADMINTON
MEN'S DOUBLES BRONZE MEDALIST
정재성

‘강한남자’ 정재성은 동메달이 확정되자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7년을 함께한 영원의 파트너 이용대를 끌어안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정재성의 눈물에는 그가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던 지난 22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his olympic story

부상과 휴식 그리고 3개월만의 우승

올림픽이 있는 2012년 남자복식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정재성-이용대 조는 연초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었다. 코리아오픈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라이벌 카이윤-푸하이펑 조와 옹호상박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두 달 후 배드민턴 대회의 윔블던이라 불리는 세계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극적인 복수전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1번 시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4월말에 열렸던 인도오픈에 나가기 3일전 연습게임을 하다가 허리 근육에 통증을 느꼈다. 허리는 어릴 때부터 잔부상이 있어서 늘 신경을 써와서 그동안 별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었는데 조금은 의외였다. 대회가 코앞이라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서 관리했는데, 인도에 가서 허리가 너무 아파서 기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긴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서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다. 대회를 기권하고 귀국해서 5월 토마스컵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괜히 무리해서 올림픽에 영향을 줄 것 같아 토마스컵은 포기하고 올림픽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기로 결정했다. 선수촌에서 허리치료하면서 다른 후배들과 그리고 혼자 훈련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내니까 허리부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정재성-이용대 조는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대회였던 인도네시아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 출전했다. 3개월 만에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추는 터라 자신감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실전 감각과 파트너십을 다시 찾는 것이 중요했다.
“3개월 정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서 감각과 파트너십이 부족했는지 첫 게임이 무척 힘들었다. 상대가 일본이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상대 볼이 엄청 빠르고 세게 느껴졌다. 그런데 위기를 넘기고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대회 끝까지 좋게 작용했다. 용대와 파트너십도 살아나고, 예전 좋을 때의 우리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4강을 목표로 출전했는데 우승까지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계획대로 진행된 준비기간
자신감을 회복한 정재성은 7월말 올림픽을 대비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언론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부담감으로 다가올 법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내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올림픽 준비기간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했다. 사실 2008년 베이징 때는 압박감이 심했다. 언론의 우승후보 거론도 부담이 됐지만, 무엇보다 병역이 걸려있어서 압박감이 더했다. 그때 경기를 가끔 보면 내 얼굴이 너무 굳어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됐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군대도 다녀왔고, 결혼도 해서 안정된 심리상태로 준비했었기 때문에 늘 즐겁게 훈련할 수 있었다. 준비기간 동안 코치님과 용대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파트너십과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했다. 아무래도 나는 후위 공격보다는 숏게임에 단점이 있어서 서브 리시브와 2구 3구를 앞에서 잡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용대가 ‘실수하거나 놓쳐도 내가 뒤에서 커버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힘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러면서 파트너십은 더욱 좋아졌다.”

50여일의 담금질을 마친 정재성은 7월 21일 올림픽이 열리는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목표한 만큼 컨디션도 끌어올렸고, 이용대와의 파트너십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좋았다. 런던에 도착해 이틀 동안 인근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며칠 후 경기가 열리는 웸블리아레나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부터 한국에 있는 것처럼 똑같이 아주 잘 지냈다. 하루 만에 시차적응도 했고, 훈련장 나가면서 몸이 굉장히 가벼웠다. 그러다 이틀 후 경기가 열릴 메인 체육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 ‘여기서 먼가 보여주자’고 다짐을 했다. 한국에서 컨디션을 70%정도만 끌어올리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채우려고 계획했는데, 계획대로 컨디션이 쭉쭉 올라와줬다. 그러면서 자심감도 충만해졌다.”

부담이 컸던 첫 대결
정재성은 2008년 올림픽에서 첫 경기에서 패배를 맛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첫 게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대회가 조별리그전으로 치러지면서 1번 져도 탈락이 확정되지 않는 점은 정재성의 마음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었고, 조별리그전에서 큰 위기 없이 3승으로 D조 1위를 확정지었고, 8강에서도 인도네시아를 무난하게 이겼다.
“미국과의 첫 경기는 사실 부담스러웠다. 용대도 그랬다. 하지만 둘 다 긴장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서로 미루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면서 게임이 잘 풀려갔다. 그리고 조별리그전을 하니까 확실히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같은 조에 탄분헝-쿠키엔킷 조가 있어서 좋은 대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이기고 말레이시아까지 꺾으면서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8강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긴 것 같다.”

아쉽고, 아쉽다
거침없이 준결승전에 올라간 정-이 조는 결승전 문턱에서 덴마크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 조를 만났다. 그리고 모두 알듯이 1-2(21-17 18-21 20-2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상대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보에가 키플레이어다. 보에가 잘할수록 고전했다. 그런데 보에가 큰 경기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준결승전 초반에 역시 보에가 긴장을 해 실수가 많았고, 우리는 그것을 잘 이용해 득점하면서 1게임을 먼저 이겼다. 그런데 2게임부터 보에가 긴장을 이겨냈다. 여기에 모겐센이 평소보다 워낙 잘했다. 2게임을 내줬어도 3게임 초반에만 잘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초반에 끌려가다가 다시 어렵게 역전을 해서 11-10으로 앞서면서 코트를 바꿨다. 인터벌이 끝나고 ‘2, 3점만 선취하면 되겠다’했는데 다시 역전을 당하고 게임이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갈수록 심리적 압박이 심해졌다. 그런데 20-20에서 내가 상대 드라이브를 맞받아 쳤는데 그게 역습당하기 좋은 높이로 떠버리고 말았다. 상대가 드라이브를 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몸이 긴장되니까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어가면서 셔틀콕이 떠버리고 말았다. 그게 지금까지 생각해도 정말 아쉽고, 아쉽다.”

동메달 그리고 강한남자의 눈물
준결승전에서 덴마크에게 역전패한 정-이 조는 그 후유증이 동메달결정전에서도 계속됐다. 경기가 시작되고 정-이 조의 몸은 어딘가 모르게 둔했고, 반면 상대 쿠키엔킷-탄분헝 조의 공격은 매서웠다. 14-19 경기가 그렇게 끝나버릴 것만 같았던 순간. 정재성-이용대 조는 조금씩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금메달을 바라보고 갔는데 준결승전에서 져버리니까 허무했다. 준결승전이 끝나고 동메달결정전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용대와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허무함 때문에 나도 용대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동메달결정전이 있었던 날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다리가 너무 아팠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지만,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말해서 낫는 것도 아니고, 올림픽은 그날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경기 전에 몸을 평소보다 많이 풀고 들어갔다. 그런데도 생각처럼 잘 움직일 수가 없었다. 1게임 초반 다리도 아프고, 부담감도 크고 상대는 공격적으로 나오고 하니까 답이 없더라. 그렇게 위기에 올려 있는데,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용대와 포기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수비부터 열심히 다시 시작했다. 다행히 다리도 괜찮아졌다. 그러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2게임은 더 편하게 게임을 뛸 수 있었다.”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정재성은 그대로 코트에 누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용대와 포옹을 하고 강경진 코치와 기쁨을 나누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동메달이 거의 결정된 2게임 17점부터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고 있었다. 동메달이 확정이 되니까 배드민턴을 한 지난 2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쭉 지나갔다. 특히 어머니 영전에 올림픽 금메달을 받치겠다고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리고 금메달이 아니어서 죄송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없이 울었다.”
 

Q. 어머님은 뵈러 갔나왔나?
A. 8월 11일 귀국해서 바로 아버지, 아내와 함께 어머님에게 갔다. 어머니에게 ‘금메달은 아니지만 금메달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예전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따뜻한 줄 몰랐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표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2008년 수술을 받으실 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고, 입대하던 날 처음으로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Q.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면 지냈나?
A. 청와대 만찬에 갔다 왔고, 팀 행사에도 참석했다. 전북도지사 만찬에 갔다가 다음날 원광대 총장님과 인사하고, 모교에 물품 전달식 갔다와서 지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Q.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는데 향후 활동 계획이나 거취는?
A. 대표팀에서는 은퇴한다.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 그래도 나중에 선수촌에 찾아가서 감독, 코치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해드리고 싶고 선수들과 얘기도 나누고 싶다. 11월 회장배에 출전할 계획인데 그동안 대회 준비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그 후 향후 거취는 팀과 충분히 상의를 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Q.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생활했는데 아쉽지 않나?
A.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생황하면서 힘든 일도 많고, 즐거운 일도 많았다. 키가 작아서 주위에서 좋은 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런 말 덕분에 오기가 발동했다. 키가 작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군대 훈련소에 가 있는 동안 파트너 교체 얘기가 나왔을 때 힘들고 선수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그때 가족과 코치님 그리고 용대가 날 믿고 기다려줬다. 정말 고마웠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아쉬운 점은 없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남자복식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Q. 결승전 경기는 봤는가?
A. 덴마크 애들 참 못하더라. ‘우리할 때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중국과 우리가 결승전을 했다면 정말 재밌는 게임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상식에서 푸하이펑이 2016년에 뛸거냐고 물어서 안 뛸 거라고 답했다. 내가 뛰면 자기도 뛸거라고 그러더라.

Q. 경기 끝나고 한동안 런던에 있었는데 뭐하면서 지냈나?
A. 메달을 땄으니까 올림픽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쉬고, 구경도 다니고 우리선수들 응원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 여자핸드볼 경기에 응원을 갔는데 선수들이 넘어지고 부딪치는 걸보니까 마음이 아팠다. 경기는 핸드볼 딱 한 경기밖에 못 봤다. 런던에서 용대, 유도, 레슬링 메달리스트들과 술도 한잔했다.

Q. 내겐 올림픽이란?
A. 내 인생의 전부, 22년 동안 올림픽에 대한 꿈을 갖고 인생을 걸었다.

Q. 내게 이용대란?
A. 영원의 파트너, 다시 태어나도 이용대를 선택하겠다.

Q. 내게 눈물이란?
A. 아쉬움 그리고 행복

Q. 다시 태어나도 배드민턴을 하겠는가?
A. 10cm 더 커서 단식선수가 되고 싶다.

Q. 결혼해서 가장 달라진 점은?
A. 완전 다 달라졌다. 예전에 여자 친구와 싸우고 대회에 나가면 영향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니까 그런 걱정이 없다. 그래서 결혼하고 성적도 좋아졌고, 도움주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하지만 용대는 결혼을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웃음).

Q. 팬들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그동안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로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눈물 나게 행복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포함해 모든 가족들에게 고맙고, 지도자분들, 회사에도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Writer 박민성 | Photo 김종현

 

댓글목록

곰곰이님의 댓글

곰곰이 작성일

텁텁하고 구수한 된장같은 싸나이. 정재성 선수가 있어서 팬으로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민턴인으로서 더 큰 활약 기대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