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배드민턴 전 상무팀 윤중오 감독 인터뷰

페이지 정보

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3-06-07 16:08

본문

[배드민턴코리아]윤중오 감독 INTERVIEW
행복했습니다

Q. 이제 퇴임한지 2주가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A. 병원에 다니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배드민턴을 오래하다 보니까 직업병이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까 왼쪽보다 오른쪽은 발달이 되서 신체가 비대칭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좌우균형을 맞추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은퇴하고 긴장이 풀어져서 서서히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정년퇴임한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출근 습관이 있어서 요즘에도 아침 6시만 되면 눈이 떠지는데, 집 주변의 산을 자주 다니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세우고 있나요?
A. 상무에서 30년 동안 지도자를 하면서 선수들의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선수들이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에서 활동하다가 상무에 입대하는데, 상무에서 기본기를 다시 고치려고 해도 되지 않습니다. 기본기가 좋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교과서적인 기본기를 가르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의 노하우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배드민턴 유소년 아카데미 같은 곳을 만들어 배드민턴 발전에 이바지하면, 건강관리도 되면서 보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상무에서 30년 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선수들의 기본기와 함께 상무에 빨리 가는 것이 선수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서 생활하다가 입대하는데, 그런 선수들은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상무에 가거나, 가능하다면 재학 중에 상무에 입대할 것을 권유합니다.
무엇보다 상무의 체력훈련 시스템이 굉장히 과학적입니다. 담당관이 개인별로 체력을 평가하고 처방하고, 다시 4주후 체력을 측정해 다시 프로그램을 짜서 개인별로 적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기술 훈련 역시 철저하게 개인 능력에 따라 각자의 특성에 맞는 훈련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과가 좋게 나타납니다.

제가 만약 다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되도 겨울에는 상무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상무 전역자들 사이에서는 상무를 제대하면 최소 2년 동안은 체력 걱정은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Q. 30년간 상무 감독을 하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아무래도 군대이다 보니까 권위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지도자 경력이 쌓이면서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젊었을 때에는 선수들과 소통이 적었어요. 선수들의 힘든 점 많이 어루만져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가 되네요.

선수들의 단점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적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점들이 군부대 특성상 쉽지가 않았어요.

상무 25개 종목 가운데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군대이다보니 아무래도 선수들도 저와 거리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제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면 당시에는 제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했더라면 부상 선수들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무척 아쉽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상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는 무엇인가요?
A. 3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감독이 돼서 30년 동안 선수들과 부대에서 함께 생활한 것 자체가 참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추억입니다.
동계훈련 열심히 해서 봄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는 다른 대회보다 더 기분이 좋았어요. 신병들이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오면 군기가 바짝 들어서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그리고 95년 박성우 선수가 상무를 제대할 쯤 집안이 어려워서 다만 조금이라도 계약금을 받고 실업팀에 가기를 원해서 당시 당진군청 팀과 조율을 해서 계약금을 받고 실업팀에 입단하게 됐죠. 그게 배드민턴 선수 최초의 계약금 지급사례가 되어서 이후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죠. 당시 박성우 선수는 한국 최초로 남자단식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선수였어요.

오로지 선수들의 입장에서...

Q. 퇴임사를 읽으면서 눈물을 보였는데 어떤 감정이었나요?
A. 사실 읽을 때보다 퇴임사를 작성할 때 훨씬 더 많이 울었어요. 감격해서 눈물이 났죠. 30년 동안 정들고, 사랑했던 부대를 떠나는 마음과 그동안 주변에서 도와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니까 감격스럽더라고요. 저는 84년 부대 창설 멤버인데 다른 감독들은 다 퇴임하고 제가 마지막 감독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Q. 올해 봄철대회는 감독님의 상무 재임 중 마지막 대회여서 어느 때보다 우승 욕심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준결승전에서 기권을 했습니다.
A. 저도 그렇지만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목표나 욕심이 지나쳐 선수들의 부상이 더 악화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준결승전에서 기권을 한 것입니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포기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떻게 상무 감독을 맡게 되었나요?
A. 1978년 원광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일반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장인어른께서 대학교수를 해야 아내와의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말씀하셔서 1982년부터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다가 상무 창단 소식을 접하고, 원서를 제출해 합격했어요. 결국 장인어른 덕분에 상무 감독을 하게 된 거죠.

Q. 상무 감독이 되고 나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연구를 했나요?
A. 부대 내 지도자들이 돌아가면서 훈련방법이나 지도방법 등에 대해서 연구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다른 감독들의 지도법을 듣고, 또 제가 직접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 외부 지도자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죠.

그리고 30년 동안 선수들의 시합 내용으로 전지훈련 내용을 분석하는 일지를 작성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선수별로 각자 다른 훈련 시스템을 도입했죠.

Q. 원광대 배드민턴부 창단 멤버이고, 상무도 창단 첫 감독인데 ‘처음, 1’이라는 숫자와 연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A. 복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광대 창단 멤버로 입학해서 팀 리더로 늘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생각하고, 보살피는 습관이 들었죠. 그런 면에서 후배들을 위해서 노력하면 노력했지, 출세를 위해서 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인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사회에서의 여러 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 ‘야당’이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어떤 소신을 갖고 있나요?
A. 저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자기 신분에 위험을 느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소신이 있었다기보다는 상무 감독이니까 누구도 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그랬던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일반 실업팀 감독이었다면 저 또한 몸을 사렸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저에게 왜 그렇게 쓴소리를 하느냐고 하시고, 윗사람들에게 살갑게 했으면 지금 더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말들도 하는데, 그래도 저는 전혀 후회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선수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고 했던 일입니다.

Q. 사실 그동안 다른 종목의 감독들은 금전적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임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감독님께서는 명예롭게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닐 텐데 어떻게 뿌리치셨나요?
A. 상무 감독들은 금전적인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동안 다른 종목의 감독들은 그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찍 옷을 벗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옆에서 보면서 아무리 작은 액수라도 돈으로 연루가 되면 결국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 제안은 일절 사절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부모님들과 만나거나 다른 팀 감독들과도 자리를 하지 않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대회 때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또 부대에서 대회 출전 전에 향응을 받지 않고 선수 부모님들과 접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더욱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Q. 실업팀 등에서 감독 제의를 받게 된다면 복귀할 생각인가요?
A. 아직 제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그런 제의가 온다면 저 개인보다는 한국배드민턴발전을 먼저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Q. 오랜 시간 군부대에 있거나, 훈련, 대회 등으로 가정에는 조금 소홀한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집에서 많이 떨어져 지내면서 애들한테도 무뚝뚝했고, 군부대 생활을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위엄만 떠는 아빠고 남편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직업상 지시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상무 배드민턴팀은 부대 내 다른 종목보다 영외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선수들이 영외생활을 하기 원하니까 전지훈련을 가면 늘 길게 가게 되고 그래서 더 집을 비울 수밖에 없었죠. 다른 종목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후원업체인 요넥스에서 협조를 해줘서 편하게 영외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후배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지도자는 늘 선수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에 나가서도 선수들이 어떻게 먹고, 자는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또 어디 불편한 것은 없는지 파악하고, 늘 선수들을 관리, 관찰을 해야 합니다.

선수들과 자주 대화를 하면서 선수들의 사생활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선수들과 함께하지 않고 지시만하는 지도자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Q.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A. 우선 능력도 탁월하지 않은 저에게 기회를 준 국가와 국군체육부대에 감사드립니다.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게 이끌어 줬던 역대 부대장들에게 고맙고, 배드민턴 1세대라고 불리는 선배님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영광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드민턴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그 힘들고 어려웠던 훈련을 한마디 불평, 불만 없이 따라 주었던 120여명에 이르는 역대 상무출신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 정신적 지주인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감사하고, 어려웠던 신혼생활부터 뒷바라지 해준 사랑스런 아내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들 수현, 수호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상무 선수단의 용품지원과 동하게 전지훈련, 국내 출전비 등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신 김철웅 요넥스코리아 사장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끝으로 제가 국군체육부대에 몸담고 있는 동안 본의 아니게 저로 인해서 마음 아픈 기억이나 괴로움을 끼쳐드렸다면, 그리고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인해서 오해와 상처를 주었다면, 부덕한 저의 허물을 이해하시고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름 : 윤중오 (Yoon Joong Oh)
생년월일 : 1955년 5월 3일
출신교 : 전주동중-전주생명과학고-원광대-동국대학원

Writer 박민성 | Photo 황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