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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터뷰]소방복을 벗는 순간 A조 하민식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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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5-04-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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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복을 벗는 순간 A조

하민식 소방관

추운 겨울이었어요. 타이어 공장 같은데서 불이 났는데 관할이라서 저희가 가장 먼저 갔거든요. 인명을 확인하러 들어가는데, 유독물질도 많고 뭐가 타면서 막 터지고 튀기고 날아오더라고요. 물을 뿌리는데 날이 추워서 금세 다 얼어버리고, 작업시간도 정말 길었어요.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위험했거든요.

서울 서초구 방배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하민식 소방관(36)은 2014년이 끝나고 2015년이 시작되던 그날 밤에도 현장에 있었다. 보신각 타종행사에 지원을 나갔다. 제야의 종소리? 보신각은 구경도 못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며 대기하는 게 임무였다.

하 소방관은 서울시 소방공무원 9년차다. 화재진압 4년, 구급 5년을 했다. 지금 임무는 구급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총 몇 번이나 출동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단다. 3교대로 근무하며 지금도 쉴 틈 없이 출동하고 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소방관을 꿈꿨던 건 아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우연찮게 소방공무원 시험을 본 것이 운명이 됐다.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를 했는데, 시험일이 맞아서 그냥 한번 보기나 하자 이런 식이었어요. 합격한 뒤에 고민을 많이 했죠. 위험하지는 않을까, 결혼을 못하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들이었죠.” (소방관이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는 아직 미혼이다.)

그렇다고 소방관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직업이라서, 소방관이라는 책임감에 할 때도 있지만 “화재를 진압하고, 생명을 살리고, 위험에 처한 상황을 해결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큰 불을 끄거나, 힘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들어와서 다 정리하고 난 뒤 앉아서 동료들하고 이야기할 때, 선배들이 그날 잘된 것들 칭찬해주고 그러면 진짜 속이 시원하고, 큰 보람을 느껴요. 내가 진짜 소방관이 되길 잘했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가 꼽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우리나라의 그 어떤 직업보다 보람된 일이 많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욕 안 얻어먹는 직업이라는 것”, “사람들이 다 좋아해주고 고마워해주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부분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하민식 소방관은 배드민턴의 숨은 고수이기도 하다. 그는 퇴근과 동시에 서울시 관악구 A조 동호인으로 변신한다. 현재 당곡클럽, 나이스민턴, LYMF라는 배드민턴 모임에서 운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말부터 5개월간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했다던 그는 약15년 후인 2012년도부터 다시 라켓을 잡고 강한 승부욕을 불태우며 2년 2개월 만에 A조에 등극했다. 초등학교 당시 단기간에 소년체전 참가를 목적으로 운동을 했고,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부모의 반대가 더해져 배드민턴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기 전까지 그는 현장업무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헬스 위주로 운동을 해왔다. 운동을 잠깐 쉬면서 다른 운동을 찾았고 ‘옛날에 했던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배드민턴을 배웠다. “하루 쉬면 다음날 뒤쳐질 것 같아서 쉬지를 못했다. 주간에 근무할 때는 야간에 운동하고 야간에 근무할 때는 주간에 운동했다. 여름에 한번은 힘들어서 쓰러질 뻔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하 소방관은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헬스를 할 때는 운동 끝나고 친구들 만나서 술도 마시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배드민턴을 시작하고부터는 아예 배드민턴과 살고 있어요. 일 끝나면 체육관에 가서 배드민턴하고, 사람들도 배드민턴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고, 배드민턴 잡지도 보게 되고, 배드민턴 동영상도 찾아보고 그러고 있어요.”

하지만, 과도한 승부욕이 후유증도 만들고 있다. “어깨도 조금 아프고, 허리고 그렇고, 무릎도 그렇고 오른쪽이 다 안좋다”고 털어놨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요즘 운동량을 줄이는 중이라고 한다.

하민식 소방관의 지금 목표는 “결혼을 해서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소방관으로서 “지금 맡고 있는 업무 뿐만 아니라 소방에 대한 다른 업무들도 해보고 싶다. 예방, 검사 등 더 많은 일을 배우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동호인으로서는 “전국 A조가 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시간만 맞으면 전국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 후 예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이종격투기를 배워볼 생각이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다들 항상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세요. 소방관으로서의 바람은 안 다치는 거죠. 제가 안 다쳐야 동료도 구하고, 남도 구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 조흥섭 (방배119안전센터)센터장님을 포함한 동료들 모두 다 안 다치고 즐겁게 생활 잘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배드민턴하는 사람들도 다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됐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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