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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배드민턴 환상 듀오 "김동문, 하태권은 후보였다” 임채경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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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2-03-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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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코리아] 임채경 감독(68세)은 배드민턴 명문 전주농고(현 전주생명과학고) 배드민턴부의 산증인이다. 반세기 전 전주농고에 배드민턴부가 창단될 때 라켓을 잡았던 멤버 중 한 명이다. 졸업 후 교사로 변신한 임 감독은 초등학교에서 배드민턴 선수를 발굴해왔다. 퇴임 후인 지금도 스포츠클럽에서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친다. 그가 발굴한 최대의 걸작은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김동문-하태권 조다. 동갑내기 꼬마였던 김동문 원광대 교수, 하태권 삼성전기 코치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쥐어준 장본인이 바로 임 감독이었다.
지난 3월 3일 전주생명과학고 체육관에서 배농회(전주농고 배드민턴부 졸업생 모임) 격려차 자리한 임 감독에게 ‘배드민턴 옛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로 박주봉(1992바르셀로나 금), 김동문(1996애틀랜타 금, 2004아테네 금), 하태권(2004아테네 금)을 비롯해 한성귀 전대표팀 감독, 윤중오 상무 감독, 권승택 삼성전기 감독, 유갑수 KGC인삼공사 감독, 이득춘 주니어대표팀 감독, 김효성 전북은행 감독 등은 모두 전주농고 졸업생이다. 현역국가대표로는 정재성(삼성전기), 유연성(수원시청) 등이 있다.

인터뷰
50년 전 전주농고에 배드민턴부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혹시 배경을 알고 계시나요?
그때 전라북도에 계신 체육선생님들이 배드민턴 연수를 받으셨어. 그리고 연수가 끝나고 근무하고 있던 학교 배드민턴을 보급시키셨던 거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1957년도에 생겼으니까 배드민턴을 가르칠 지도자들은 있었을 테고. 전주농고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임기순 선생님이 배드민턴부를 만드셨어. 김영중, 김남진, 모창준, 임철만 그리고 나까지 5명으로 시작했고.

당시 전주농고 배드민턴부의 성적은 어땠나요?
첫 해에 대구에서 전국체전을 했는데 2회전에서 대구한테 똑 떨어졌고, 그 다음해에는 동메달을 땄어.

그때 학교의 시설은 어땠나요?
지금이야 체육관도 있고 시설이 좋잖아. 예전엔 체육관 그런 게 없었지. 조금 큰 교실, 강당 같은데서 연습하고 그랬는데 거기도 천장이 낮아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어. 근처에 있는 전주여고나 전주사대부고에 가서 운동했는데 거기에서도 자주 쫓겨났었지. 하하하.

그때는 라켓이 나무였죠?
나무 라켓이지. 문제는 라켓이 나무라서 막 휘어지는 거야. 운동 끝나면 집에 가져가서 다듬이 돌 밑에다 놓고 펴서 아침에 들고 가고 그랬어.

셔틀콕도 부족했겠어요.
셔틀콕도 닭털이었어(현재 선수들은 거위털 셔틀콕을 사용). 닭털이라 약해서 금방 망가지고.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있나. 닭집에 가서 털 뽑아서 만들어 쓰고 그랬어. 어려움이 많았지 그때는. 거트(스트링)도 마찬가지야. 툭하면 나가는 거야. 지금처럼 기계도 없었잖아. 송곳으로 고정해서 수건 말아서 당겨썼었지.

요즘도 배드민턴을 지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대회 출전을 목표로 지도하는 건 아니고, 취미생활 쪽으로 스포츠클럽에서(전주서신클럽).

예전에 김동문(원광대 교수), 하태권(삼성전기 코치), 황선호(동호인 지도자), 이덕준(군산대 감독)을 처음 지도하실 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때 재밌었지. 초등학교 때 걔들이 하나를 가르치면 2-3개를 하고 그랬어. 공부도 잘했고. 태권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뽑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다쳐서 한 1년 쉬었나. 그리고 4학년이 됐는데 운동장에서 뛰어노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그래서 다시 오라고 했고. 동문이는 처음에 아예 뽑지도 않았어. 그런데 조그마한 녀석이 한5-6개월 동안 계속 체육관에 와서 구경을 하는 거야. 그래서 "배드민턴하고 싶냐?" 물어보니까 "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넌 뭘 잘하니?" 했더니 "던지기요"하더라. 직접 시켜보니까 멀리 잘 던졌어. 조그마한 놈이. 하하하. 그렇게 동문이도 4학년 때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했지.

어릴 때 김동문, 하태권은 잘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동문이나 태권이는 다른 애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실력이 좀 떨어졌어. 지금 서울에서 경찰하고 있는 조남선이라고 그 녀석까지 5명이 같이 운동했거든. 예전에는 선호가 제일 잘했고 키도 컸고, 그리고 다음으로 덕준이 그리고 남선이 순이었지. 동문이나 태권이는 그때부터 맨날 복식만 했어, 잘 못했으니까.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쯤부터 실력이 확 늘더라고.

그 제자들이 이제는 다 성장했는데, 어떠신가요?
어릴 때부터 쭉 봐왔거든. 참 인성이 좋은 애들이야. 지금도 꼬박꼬박 연락오고. 나한테는 큰 재산이지. 내가 돈이 있어 뭐가 있어.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니까 자랑스럽고 떳떳하고 그렇지 뭐.

김동문 선수는 이제 대학교 교수가 됐는데요.
동문이가 교수되기 전에 마음고생이 많았어. 결정되자마자 나한테 바로 전화하더라고. 덕분에 잘 됐다고. 내가 그 전화를 받고 동네잔치 한번 벌여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 내 속으로 난 자식이 교수된 거 같아서 정말 기뻤지. 예전에 1996년도에 올림픽 금메달 따고서 전주에서 카퍼레이드를 했었는데, 그때 동문이가 차에 같이 타자는 거야. 다들 부모님하고 같이 타는데 동문이는 아버지가 안계시니까 나한테 같이 타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머니도 옆에 계시고 내가 거기 타면 모양새도 이상하고 안 된다"고 했더니만 동문이가 전북체육회에 직접 얘기를 해서 결국, 같이 차에 타고 카퍼레이드도 했었잖아.

지금, 전라북도 배드민턴에 관한 책을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전라북도 배드민턴 발전사에 관한 내용인데, 전북 배드민턴이 전주농고 배드민턴과 같이 시작했거든. 그래서 자료도 모으고, 쓰고 있어. 한번은 박주봉(일본대표팀감독)네 집에 자료를 얻으려고 갔는데, 거기 자료가 너무 많은 거야. 부모님이 박주봉 관련 신문 뉴스 같은 걸 스크랩해두셨는데 양이 엄청나더라고. 그걸 다 넣으면 책이 박주봉 발전사가 되겠더라니까. 그래서 중요한 자료만 몇 개 챙겨오기도 했지.

앞으로 한국 배드민턴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됐었거든. 그런데 요즘은 아니야. 훈련 방법을 치밀하게 연구해서, 밀도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예전에는 소질을 보고 선수를 뽑았었거든, 그래서 그때는 선수선발을 잘했어. 지금은 학부모가 원해야 선수가 될 수 있잖아. 그래도 훈련을 제대로 시키면 좋은 선수들은 계속 나올 테니까, 후배들이 잘할 거야. 한국에는 좋은 지도자들이 많으니까.


심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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