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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배드민턴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컴백 #2 안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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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2-08-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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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을 지나
[배드민턴코리아] 봄철리그전이 끝나고 안현석은 고향 광주에서 일주일동안 휴가를 보냈다. 집에서 푹 쉬면서 발목 치료도 받고, 대학원(조선대) 수업에도 출석했다. 모교인 전남사대부고에 들러 은사인 고영구 코치를 만나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다시 찾은 광주는 예전과는 새삼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MVP다.

사실 안현석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던 존재였다. 2007년 김천시청에 입단한 이후 그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루키시즌을 부상과 함께 시작한 그는 봄철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여름철대회에서 복귀해 단체전 우승의 기쁨을 맛봤지만, 개인전 1라운드에서 다시 부상이 재발해 시즌 아웃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김천시청 입단을 한 그해 겨울 선수촌 연습경기를 하다가 발목이 돌아갔는데 게임이 막바지여서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끝까지 전력투구했다.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니 인대가 손상됐다고 해서 봄철리그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치료와 재활을 받으면서 여름철대회에 출전했는데 개인전 1라운드에서 다시 다쳤다. 검사를 해보니 발목에서 뼛조각이 발견됐고, 제거 수술을 하고 재활을 시작했다. 고3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회복속도가 빨라서 발목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재활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면서 힘들게 치료받았다.”

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안현석은 2008년 복귀해 싱가포르세트라잇대회 남자단식 우승, 여름철, 전국체육대회 준우승을 거두며 남자 일반부에 정착하나 싶었지만, 군복무로 인해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작년 8월 팀에 합류한 그는 가을철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단체전에서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2년이라는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공적인 복귀였다.

“2008년 봄철리그전에 복귀했는데 당시에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늘 발목이 꺼림칙했다. 한 시즌을 마치고 2009년 고향인 광주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고3때 다친 팔꿈치로 인해 입대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여자배드민턴부가 있는 광주체고에서 행정실 보조와 학습지원 업무를 보게 됐다. 배드민턴부가 있는 학교여서 저절로 몸 관리가 됐다. 개인적으로 체력관리도 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해서 작년 가을철대회에 복귀했다. 복귀전이 (이)철호여서 부담이 많았지만,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으로 편하게 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그는 왜 팀에 필요한가?
김천시청에 입단한지 6년이 지났지만 올해가 그의 2번째 시즌이다. 지난 5년 동안 시즌을 모두 소화한 것은 2008년 한해뿐이다. 때문에 그를 좋지 않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종환 단장님께서 ‘왜 안현석을 영업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늘 믿고 지켜봐준 단장님에게 감사드린다. 군복무하기 전에 단장님에게 다시 받아줄 수 있는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흔쾌히 받아주겠다고 대답하셨다. 광주에 있을 때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냈다. 힘들 때도 많았는데 늘 믿고 기회를 주신 단장님, 권성덕 감독님, 김학균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안현석의 실력이 올해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2 봄철리그전’에서 그는 승률 100%로 6승을 챙겼다. 누가 뭐래도 백미는 삼성전기 황종수와의 결승전 파이널이었다. 끈질긴 수비로 팀 우승을 견인한 그는 대회 MVP에 선정됐다.

“결승전 파이널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 컸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막상 게임이 시작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긴장하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몸 풀기 전에 영수 형이 져도 괜찮으니까 하던 대로만 하라고 얘기해줬는데 도움이 됐다. 종수가 워낙 빠른 경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길게 게임운영을 했다. 원래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는 편인데 그날은 수비가 잘돼서 종수가 더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수비가 되면서 흐름이 서서히 나에게 넘어왔고, 끝까지 길게 천천히 플레이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게임, 한게임 최선을 다해서 팀에 보탬이 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팀 모두 잘했다. 내가 MVP를 받은 것도 운이 많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서른 즈음에
달콤했던 봄철리그전을 끝내고 휴가를 마친 그들은 다시 팀으로 복귀해 6월 11일 충북 충주에서 개막하는 전국여름철종별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여름철대회는 1년에 단 한번 단식 개인전이 있는 만큼 단식 선수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무대다. 개인전에서 그들은 적으로 만나야하지만 둘의 목표는 같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서른즈음에 알게 된 것이다.

“여름철대회 개인전에서 성적을 내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국체육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그리고 봄철리그전에서 우승을 했으니까 어렵겠지만 단체전 전관왕에 도전해보고 싶다. 서른 즈음이 되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예전보다 정신력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다. 젊었을 때보다 운동능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정신력과 노력으로 극복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장영수와 안현석의 인연은 주니어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살 터울인 이들은 주니어시절 같은 방을 쓰며 친해졌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부터 지금까지 서로 의지가 되고, 자극이 되는 각별한 사이다. 플레이 스타일이 정반대여서 더욱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좋은 형과 동생이다.

오랜 공백을 딛고 이들이 다시 뭉쳤다. 봄철리그전에서 컴백기의 프롤로그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들이 올해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기대해도 좋겠다.

박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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