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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터뷰]비운의 '제2의 방수현' 전재연 "이제 더이상 시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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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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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닉네임은 제2의 방수현
2008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던 전재연에게는 선수시절 늘 따라다녔던 별명이 있었다. ‘제2의 방수현’. 그것은 그녀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별명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방수현의 여자단식 금메달 이후 5종목 가운데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종목이 되어버린 것이 여자단식이었다.
좋은 선수들은 있었지만 세계적이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70cm의 신장으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고등학교 선수가 등장했다. 그녀가 바로 전재연이었다.
전재연은 선수시절 전국체전 5연패, 여름철종별대회 5연패를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동년배에서는 그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이었던 2004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노크한다. 하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 단식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무려였다. 16강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경험하며 한층 성장한 그녀였다.

첫 번째 시련
그리고 대망의 2005년이 다가왔다. 스타트가 좋았다. 인천에서 열렸던 2005년 코리아오픈에서 트레이시 할렘, 왕첸 등을 꺾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96년 방수현이후 9년만에 우리나라 선수의 우승이었고, ‘제2의 방수현’이라는 별명값을 드디어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시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3월 19일 스위스오픈 8강전 독일의 슈 후아이웬과의 경기를 앞둔 전재연의 모습은 여느 때보다 밝았다. 체력전이 예상됐던 상대와의 대결에서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시합이시작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재연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왼쪽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귀국한 그녀는 MRI를 찍었고,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과 반월판 파열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렇게 선수생활 내내 그녀를 괴롭히던 부상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고통스러운 1년여의 재활을 끝내고 2006년 그녀는 다시 코트에 돌아왔다. 하지만 고작 6개월이 지나고 다시 오른쪽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재활에 힘썼다.

제2의 도약
그리고 2007년 싱가포르세트라잇 우승으로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다. 그해 그녀는 부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미국오픈, 캐나다오픈, 일본오픈, 마카오골드그랑프리, 홍콩오픈 등 참가하는 대회마다 꾸준히 성적을 내며 주가를 올렸다. 2005년 한때 4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은 부상이후 100위 밖으로 떨어졌지만 2007년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10위권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모처럼 부상 없이 보낸 한해였다.
베이징올림픽이 있던 2008년 코리아오픈에서 3위를 기록하고 이어진 독일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 11위로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제 부상의 그림자를 떨쳐버리고 올림픽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올림픽을 불과 석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왼쪽 무릎을 다치고 수술을 받게 된다.

새로운 길을 걷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50일 동안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리고 야심차게 출전한 두 번째 올림픽에서 장닝에게 16강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날아가 버렸다. 올림픽이 끝나고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출전한 전국가을철리그전에서 그녀는 무릎에 4번째 부상을 당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제는 물러나야할 시간이 왔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화려하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던 선수시절을 뒤로하고 그녀가 선택한 새로운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주위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힘들 받아 한걸음, 한걸음 순리대로 나아가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배드민턴은 언제, 왜 시작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척오빠가 배드민턴 선수였는데 우연히 집에 놀러갔다가 메달과 트로피를 보고 부러워서 시작했다.

-배드민턴 선수생활동안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김명중 감독님, 이승영 선생님, 김연자 교수님, 성한국 감독님 등 너무 많다.

-배드민턴 선수로 영향을 받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김연자 교수님이 롤모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발전할 수 있게 자극도 주고 길도 안내해 주었다.

-언제 국가대표가 되었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선발전을 통해서 처음 국가대표가 되었다.

-2005년 스위스오픈에서 처음으로 부상을 당했다. 그때의 심정은?
스위스오픈 때는 실감이 안 났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거라고 느끼지 못했는데, 재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복귀했을 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복귀 후 몇 개월 만에 다시 부상을 당했나?
복귀하고 6개월 후에 오른쪽 무릎을 다시 다쳤다. 그나마 간단한 수술이이어서 재활은 3개월이 걸렸다.

-다시 복귀하고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던 랭킹을 11위까지 올렸는데, 그때 심정은 어떠했나?
두 번째 수술하고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팀에서만 선수생활을 할건지 마지막 도전을 할건지 고민을 했는데, 그냥 하는데 까지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욕심을 놓으니까 즐겁고 더 좋은 경기력이 나왔던 것 같다. 그때는 여유도 있고, 조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림픽을 두 달여 남겨두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을 때는 마음의 짐을 놓았다. 실업팀에 와서 특별히 활약도 못해줬는데, 믿고 계신 분들과 동료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다시 다치고 나니까 답답했다. 다시 부상을 당하고 올림픽 나가기 전까지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살아오면서 그때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올림픽이 80일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다른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을 할 때 나는 코트에 나오지도 못했다. 여태까지 부상을 당하고
이겨내면서 심적으로 힘들어도 참아왔는데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울었다. 막상 올림픽에 나가서는 기분이 좋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부상을 당하고 결국 은퇴를 결심했는데
무릎 수술을 한 의사 선생님이 계속 선수생활을 하라고 권유했는데 내가 심적으로 불안했다. 부상을 반복하면서 또 언제 다칠까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걸 다시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은퇴한 이후에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왜 많은 전공 중에 스포츠심리학을 택했나?
선수 시절에 심리적인 경험을 하면서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알고도 싶었고,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운동할 때와 공부하는 지금, 언제가 더 좋은가?
몸이 피곤한 거 빼면 운동할 때가 더 좋았다. 지금은 몸만 안 피곤하고 다른 데는 다 힘들다.

-배드민턴에서 선수의 심리가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경기력이 우수할수록 심리가 큰 영향을 끼친다. 국가대표정도 되면 기술이나 체력보다는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얼마큼 실전에서 기술과 체력을 발휘하느냐는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

-배드민턴에도 전문전인 멘탈 트레이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전문적으로 중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수들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림픽에 나가 두 번 다 16강에 머물렀다. 만족하나?
올림픽에 대해서는 만족은 못한다. 하지만 선수생활에는 만족한다.

-올해 초부터 배승희, 김문희, 배연주, 성지현 등 여자단식 선수들이 슈퍼시리즈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한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못돼서 항상 여자단식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잘해줘서 고맙고, 흐뭇하고, 대견스럽다.

-후배들이 어떤 점을 보완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끝까지 지금 목표를 잃지 않고 갖고 갔으면 한다.

-특정 선수에게 약한 점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옆에서 부추기면 더 징크스가 되는 것 같다. 나도 선수시절에 공루이나, 장닝, 조우미 등에게 약했지만 징크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은퇴 후에 복귀하라는 말은 듣지 않았나?
내가 자주 부상당한걸 알고 있으니까 말을 못하더라. 다른 팀에서 제의는 없었다.

-배드민턴 지도자의 꿈은 없나?
여태까지 내가 배드민턴에서 받았던 것을 갚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예전에는 지도자만이 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다보니 지도자 말고도 다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내년 가을학기 졸업인데 논문 주제는 정했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배드민턴 선수가 대상인거는 분명하다.

-부상당한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선수생활을 하면서 부상을 안 입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그 시기를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부상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남자친구는 있나?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
남자친구는 없다. 결혼은 늦지 않게 하고 싶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
2005년 스위스오픈으로 가고 싶다. 과거에 집착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그때 안 다쳤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은 있다.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자신의 마음은 어떻게 관리하나?
공부하면서 자꾸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선수생활에서 했던 것들이 일상에서 연결된다. 환경만 달라졌을 뿐 운동했던 마음으로 공부도 하고 있다.

-강사로 배드민턴 수업을 하면서 일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재미있나?
재미있다. 평소에 가르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해보니까 재미있고, 운동선수가 아닌 학생들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꿈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가정을 이뤄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배드민턴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실전 경험과 스포츠심리학을 공부 한 것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앞으로 자리가 생기면 고민을 하겠지만 순리에 따라 하고 싶다.

-셔틀콕과 라켓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한번 만져본다.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선수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는?
2004년 우버컵 결승전에서 중국의 공루이나와의 경기. 1단식에서 만났는데 3세트까지 가서 졌다. 비록 패했지만 여태까지 선수 생활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게임이었다.

-선수시절 슬럼프에 빠졌을 때와 탈출법은?
슬럼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Q. 띠, 별자리, 혈액형은?
A. 돼지띠, 물병자리, B형
Q. 가족관계
A. 할머니, 오빠(34), 남동생(26)
Q. 취미 & 특기
A. 독서(재미있게 본 책-마시멜로 이야기), 배드민턴, 장난치기
Q. 자신의 성격은?
A. 조용하고,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Q. 평균수면시간?
A. 6시간(1시~7시)
Q.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장 최근에 본 영화?
A. 팝송 이거저거, 아바타
Q. 노래방 애창곡은?
A. 사슬(서문탁)
Q. 즐겨 입는 옷 스타일?
A. 세미정장, 커리어우먼 스타일
Q. 좋아하는 음식?
A. 면 종류(비빔국수)
Q. 신체비밀?
A. 허벅지가 튼튼하다.
Q.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A. 가을,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Q. 이상형은?
A.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드라마 캐릭터에 따라서 바뀌곤 한다.
Q. 싫어하는 사람 스타일은?
A. 당당함이 도를 지나친 사람, 책임감 없는 사람
Q. 한 달 용돈은?
A. 50만원(밥값, 책값이 대부분 요즘 쇼핑을 못한다.)
Q. 받고 싶은 선물은?
A. 시간
Q. 1년에 읽는 책은 몇 권?
A. 50권 정도(학회지, 관련서적, 소설, 수필)
Q. 무인도에 가져갈 3가지
A. 남자친구, 책, 컴퓨터
Q. 스트레스해소법?
A. 먹는다. 매운 거 위주로.
Q. 즐겨보는 TV프로그램
A. 드라마 마니아
Q. 애장품 1호
A. 아직까지는 라켓
Q. 자주 가는 곳
A. 학교, 집, 현희 언니 집, 마트, 교보문고
Q. 핸드폰번호 저장순위 첫 번째는 누구
A. 없다. 단축번호 안한다.
Q. 좌우명
A.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었다.
Q. 최근에 언제 울었나?
A. 몇 달 전, 갑자기 슬퍼서
Q. 요즘 일상은?
A. 아침 9시쯤 등교해서, 수업 하고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밤 12시 퇴근
Q. 요즘 고민거리는?
A. 공부, 시간에 쫓기는 것 같다.
Q. 배드민턴 말고 좋아하는 스포츠는?
A. 달리기, 요가
Q. 10년 후 내 모습은?
A. 스포츠심리학자
Q. 다시 태어나도 배드민턴을 하겠는가?
A. 하겠다. 얻은 것이 너무 많다.
Q. 나에게 배드민턴이란?
A. 지금까지 인생 전부다.
Q.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A. 지금은 운동했을 때가 모두 추억이다.


박민성 기자 | 사진 배상현 Forefinger Studio

[이 게시물은 배드민턴코리아님에 의해 2011-04-27 14:53:23 인사이드 BK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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