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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이현진 "간만에 밥값 좀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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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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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에 막을 내린 제91회 전국체육대회 배드민턴 여자일반부 단체전에서 서울(대교눈높이)이 우승을 차지했다. 대교눈높이가 국내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꼬박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창단이후 10년 넘게 삼성전기와 여자일반부를 양분했던 대교눈높이는 지난해 전재연의 은퇴와 황유미의 부상이 겹치면서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체대를 졸업한 단식주자 이현진이 가세하면서 전력이 소폭 상승했지만 출전한 대회마다3등만을 기록했을 뿐 한 번도 결승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대교눈높이의 전국체육대회 우승은 조금은 의외라 말할 수 있겠다. 라이벌인 삼성전기와 한국인삼공사의 전력이 한 단계 위라는 것이전반적인 평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교눈높이는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삼성전기를 3-2, 한국인삼공사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루키 이현진이 있었다. 그녀는 삼성전기와의 8강전에서 마지막 단식에 나와 90분에 가까운 혈투 끝에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황혜연을 2-1(21-17 19-21 21-13)로 꺾었고, 한국인삼공사와의 결승전에서는 첫 번째 단식에 출전해 현재 대표팀 에이스 배연주에게 2-1(10-21 23-21 21-18)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팀 우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여자실업팀에 입단한 단식선수 가운데 1순위로 꼽혔던 이현진은 그동안 루키로서 무난한 성적을 올렸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이 부족했다. 특히 지난 여름철대회 개인전에서 32강에서 당시 우승을 차지한 서윤희에게 패하면서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이렇듯 하락세를 걷던 이현진이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경기가 끝난 후 관계자들에게 “간만에 밥값 좀 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현진에게는 기분 좋은 핀잔이었다. 이현진에게 ‘밥값’ 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현진 인터뷰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팀으로는 2년 만, 개인적으로는 3년만의 우승이다. 우승에 큰 보탬이 됐는데 소감은 어떠한가?
우리 팀이 작년부터 올해 전국체육대회전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 내가 팀에 가세해서 성적이 조금 좋아질 거라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는데 그동안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심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이번에 팀이 우승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여름철이 끝난 이후 전국체육대회까지 기간이 꽤 길었다.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했고, 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훈련했나?
3개월 전부터 김경란 코치와 (황)유미 언니, (오)슬기가 함께 헌볼은 무조건 하고 주 3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오전 2시간반, 오후 3시간 정도 훈련했고, 저녁에는 개인적으로 보강 운동을 했는데 워낙 훈련이 힘들어서 개인 훈련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는 못했다. 다른 때에 비해 (훈련)강도 셌다. 코치님이 스피드 훈련을 많이 시켰다. 미리 움직이지 않고 앞에서 치고, 뒤로 빠지는 훈련과 클리어 연습을 많이 해서 몸에 스피드도 붙고, 실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단식선수가 부족해서 훈련상대가 적었는데 함께 스파링해준 한국체대 (김)현수, (김)재원이, (정)영근이에게 고맙다. 후배들 덕분에 빠른볼에 적응할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 첫 번째 단식선수로 출전했는데, 그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것인가?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내가 1번 주자로 나가는 것을 결승전 당일 오더를 교환하고 나서 알았다. 전날 꿈에 상대방 오더가 나왔는데 그대로 맞았다. 그런데 정작 내가 1번으로 나갈 줄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결승전에서 배연주(한국인삼공사)에게 역전승을 거두었다. 어땠나?
게임 들어가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당시 무릎과 허벅지가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1게임에서는 실수를 연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풀렸고, 동료들이 응원을 해줘서 마음이 평안해졌다. 연주에게 자신 있었다기보다는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이 컸다. 2게임부터 그동안 힘들게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뛰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코치님이 지시해주는 대로 했다. 연주와 대회에서 처음 상대한 건데 이겨서 기분 좋다. 내가 이기고 나서 우리팀이 복식이 강하니까 우승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연주를 이긴 것도 좋았지만 팀에 보탬이 되어서 더 기분이 좋았다.

-8강전에서는 삼성전기 황혜연을 마지막 단식에서 만났다. 그 대결은 어땠나?
언니가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다. 언니가 반스매시를 잘해서 대각선 방향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나는 후배니까 부담 없이 뛰었던 것 같다. 그냥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컸고, 피할 수 없으니까 부딪혀보자는 마음이었다. 이기고 나서는 정말 기뻤다. 내가 파이널이어서 다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기쁨이 더 컸다.

-전국체육대회에서 황혜연과 배연주를 이긴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실업팀 여자단식 게임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실력이 다들 비슷하고, 잘 뛰는 것 같다. 비록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끝나고 나니까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하게 만들 생각이다. 자신감과 승부욕은 더 커진 것 같다.

-반면 준결승전에서 배연주, 황혜연보다는 한수 아래로 평가되는 김영미(당진군청)에게는 졌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숏 서브 처리가 약한데 숏 서브가 많아 처리를 잘하지 못해서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영미 언니가 잘하기도 했고, 그 게임 덕분에 많이 배웠고, 왼손잡이에 대한 적응력도 키웠다.

-전국체육대회를 보니 경기할 때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웃고 있었다. 그만큼 여유로웠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안된다고 인상 쓰면 상대 기분만 좋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되도 웃으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웃었다.

-생각하기 싫겠지만 여름철대회는 최악이었다. 개인전 32강 서윤희에게 졌는데 다른 문제가 있었나?
당시에는 파워와 스피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훈련량이 전보다 떨어지긴 했는데 그런 것보다는 내 의지가 약했다. 핑계지만 몸이 안좋은 것도 있었다. 윤희 언니와 경기를 하고나서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우연한 계기로 윤희 언니가 예전에 대표팀을 나와 힘들었던 얘기를 들었고, 이번에 다시 정상에 오른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동안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왜 나만 힘들까라고 생각했는데 더 한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드민턴을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건 배드민턴을 즐기는 마음이다. 그걸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낀 것 같다. 훈련하면서 뛰는 게 즐거웠다.

-여름철대회의 부진으로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했다. 당시의 심정은 어떠했나?
당시에는 한숨부터 나오더라. 올게 왔구나하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6년간 국가대표였는데, 대표팀을 나와서 적응이 안 되는 것도 약간 있었다. 그래도 나오니까 조금은 자유로워서 좋은 것 같다. 친구도 만나고, 시간도 활용할 수 있고, 훈련이 끝나면 언제든지 밖에 나가서 좋다. 팀에 선수가 별로 없어서 항상 셋이서 운동해서 체육관이 너무 조용하다. 하지만 몇 명 안 되니까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이제 국내대회는 다 끝났다. 실업 루키로서 올해를 자평한다면?
올해 나의 평가는 죽다 살아난 느낌이다. ‘구사일생(九死一生)’ 같은 한해였다. 내년은 (최)혜인이와 (김)문희가 팀에 들어와서 팀 선수도 많아지고 단식도 조금 강해질 것 같다. 그래서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는 국가대표에 다시 복귀하고 앞으로 출전하는 대회에서도 이번처럼 즐기면서 시합을 뛰고 싶다.

-체력 유지나 관리를 위해 어떤 것들을 하나? 자신만의 운동법이나 식이요법이 있다면?
보양식으로 삼계탕이나 오리를 자주 먹는다. 개는 절대 안 먹는다. 가끔 보약을 챙겨먹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보약을 먹어서 힘이 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은 팀 과장님에게 배우면서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법을 알고 계서서 내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금방 알아차린다. 과장님 덕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몸의 밸런스도 맞고 무릎도 평소보다 덜 아팠다.

-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삼성전기나 한국인삼공사에는 트레이너가 있는데 우리팀에는 트레이너가 없다. 트레이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 선수 몸 관리를 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바이다.

-손목과 팔꿈치 부상을 1년 정도 겪은 이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수술하고 나니까 예전보다 손목이 뻣뻣해져서 추우면 손목 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까지 통증이 느껴지긴 하는데 심하지는 않다. 그래도 손목에 테이핑을 하지는 않는다. 배드민턴 할 때 손목이 가장 예민한 부분이어서 테이핑을 하면 부드럽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여자단식 명문인 포천 출신인데, 포천출신 단식 선수들은 체력이 좋은 걸로 정평이 나있다. 전재연, 황혜연, 이현진 등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잘 먹는다. 선배님들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렇고 모두 잘 먹는다(웃음). 그리고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뛰는 훈련을 많이 한다.

-배드민턴이 언제 가장 재미있고, 언제 가장 싫은가?
가장 싫었던 적은 몸이 아팠을 때다. 하고 싶어도 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 괴로웠다. 즐거울 때는 요즘이다. 코치님 만나면서 다시 배드민턴이 다시 즐거워졌다. 많이 도움을 주셨다.

-여자단식은 밖에서 볼 때나 TV중계로 보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직접 느끼기에는 어떠한가?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직접 한 번 뛰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그런 생각을 갖지 않으실 거다. 직접 해보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오)슬기(대교눈높이), (박)수희(당진군청), (최)주민(영동군청)이와 가장 친하다. 남들은 우리를 ‘못난이 4인방’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스스로 ‘미녀 4총사’라고 부른다. 슬기는 리더십이 있는 친구이고, 수희는 애교가 많은 친구, 주민이는 외모는 여성스럽지만 털털한 친구다.

-스스로의 플레이를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 중 몇 점을 주고 싶나? 그리고 그 이유는?
체력에서 50점 주고, 기술적으로는 15점 해서 65점 주고 싶다. 체력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혜연 언니와 90분 가까이 경기를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다. 기술적으로는 헤어핀과 클리어가 자신 있고, 스매시와 반스매시가 부족하다.

-그동안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가 있다면?
아직도 생각난다. 왕첸과 2번 만났는데 모두 3게임까지 가서 졌다. 스위스오픈(대학교 1학년) 8강에서 랠리 중 네트에 셔틀콕 섰다가 내 쪽으로 떨어져서 졌다.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다. 그때가 전성기였고, 시니어 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너무 아쉽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주부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교사나 스포츠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드민턴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방수현 언니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우디나를 꺾고 우승을 하면서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나 이거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육상부였는데 배드민턴부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드민턴을 하면서 지금까지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너무 많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선 감독님, 코치님, 팀 과장님, 그리고 동료들에게 고맙고, 박기현, 김연자 교수님, 그리고 이승윤 선생님에게도 고맙다. 게임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준 조은혜와 원섭이 오빠에게도 고맙고, 후배들인데도 늘 격려해주는 (엄)혜원이와 (성)지현이 그리고 (전)재연 언니에게도 고맙다.

-복식이 아닌 단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윙 자체가 큰 것도 있는데 어릴 때부터 복식보다는 단식이 더 재미있었다. 특히 수현 언니에게 매료되어 배드민턴을 시작해서 그런지 단식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국내대회 복식경기에도 출전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복식을 할 의향이 있나?
욕심이겠지만 복식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래서 두 종목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어떤 취미생활을 하고 있나?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법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잠자기와 친구들에게 투정부리기.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다.

-배드민턴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자 분들에게 알려 달라.
배드민턴은 반복 운동이다. 초·중학교 때 기술적인 것을 배우는데 어떤 기술을 익히고 나서 ‘나는 할 줄 아니까 안 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반복 훈련을 하고 연구를 해야지만 더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줄 아니까 더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반복 훈련하면 실력향상이 될 것이다.

-이상형은 어떠한 사람인가?
나보다는 약간이라도 듬직한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미있고, 날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대학원에 다니는데 전공은 무엇이고 나중에 어떤 논문을 쓸 계획인가?
한국체대 일반대학원 스포츠경영학(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지금 석사 2학기 중이다. 차동민(올림픽 골드메달리스트)과 수업을 같이 듣기는 한다. 나중에 논문은 ‘체육인재육성에 대한 마케팅’에 대해서 쓸까 생각하고 있다.


이름 : 이현진(Lee Hyun Jin)
출생 : 1987년 5월 21일
소속 : 대교눈높이
신장 : 165cm
사용손 : 오른손
주종목 : 단식
가족사항 : 부모님, 1남 2녀 중 장녀
별명 : ‘닌자’ 이승윤 코치가 지어준 별명, ‘꼬북이(거북이)’ 절친들이 지어준 별명
출신학교 : 포천초-포천여중-포천고-한국체대-한국체대학원(석사과정 중)

최근수상경력(개인전)
2010년 하노이국제배드민턴챌린지대회 여자단식 1위
2009년 제52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대학부 여자단식 3위
2008년 제51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대학부 여자단식 3위
2007년 제50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대학부 여자단식 1위
2006년 한국배드민턴최강전 여자단식 3위
2006년 제87회 전국체육대회 대학부 여자단식 1위


박민성 기자 | 사진 정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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