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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태권 요넥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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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5-12-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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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하태권 감독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태권 요넥스 감독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전 국민을 감동시킨 건장한 청년은 2015년, 예전의 본인처럼 가장 빛나는 시기의 후배들을 이끄는 한 팀의 수장으로 거듭났다. 2년간 공석이었던 요넥스 배드민턴 팀의 감독을 맡은 하태권 감독은 선수들을 잘 다듬고 독려해 명문 팀을 만들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있다.
감독 취임 9개월 차, 여전히 많이 배우는 중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하태권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WRITER 이소영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됐는데, 소감을 듣고 싶다.
코치가 해야 할 일과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이 다르더라. 선수 지도만 하면 되는 코치와 달리 감독은 선수 관리부터 고등학교나 대학교 지도자들과의 관계, 협회나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지도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사회생활도 굉장히 중요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것과 계획했던 것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드민턴을 치는 게 제일 쉬웠던 것 같다. 내 몸이 힘든 만큼 성적이 나오는 게 운동인데, 지도자는 그게 아니니까. 정직하게 하면 그대로 돌아오는 운동과는 달리 사회생활은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9개월 차 감독으로서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많은 팀 중 요넥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기회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코치만 하다가 감독으로 가고 싶었던 때 마침 요넥스 감독 자리가 공석이었고, 관계자 분들과 주위 분들, 특히 김철웅 사장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함께 하게 됐다. 창단한지 오래 되지 않은 신생팀으로서 발전의 발판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에 내가 적합하다고 판단된 것 같다. 주위의 조언과 추천도 한 몫 했다. 오랜 기간 파트너였던 김동문 교수가 특히 요넥스를 굉장히 많이 추천했다.
 
지난 2년 간 요넥스 팀은 감독 없이 박성환 코치 체제로 꾸려져 왔다. 처음 요넥스 팀을 맡았을 때 어땠나?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항상 잘 웃고 즐겁게 지내려고 하지만 나름 운동에 대한 철학이 있다. 평상시나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는 즐기면서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하지만 본 운동이 시작되면 진지하게, 온 신경을 집중해서 훈련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내 눈높이가 너무 높았던 탓도 있을 거고, 선수들과 내 생활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초반에 거리감이 약간 있었다. 처음부터 너무 급하게 생각해서 선수들이 내가 생각하고 요구하는 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에 조바심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선수들과 많이 가까워졌나?
선수들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갑작스럽게 확 바꾸려고 하다 보니 처음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고,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한두 달 지나면서 내 생각만으로 무언가를 추진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로 천천히, 점차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현재는 서로 많이 맞추고 양보하면서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요넥스 팀의 목표와 성적 전망은 어떠한가?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이번 가을철에서는 이동근 선수가 국제대회 문제로 빠지고 복식에서도 아파서 불참하는 선수가 있어서 전력이 조금 약하지만, 그래도 나머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

선수 시절 얘기를 잠깐 한다면, 복식 세계 탑으로 꼽혔던 스타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얘기해 달라.
아무래도 금메달을 땄던 2004년의 기억이 가장 뿌듯한 순간이자,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사실 2004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올림픽이 7, 8월이었는데, 6월까지 허리 부상으로 아예 라켓을 잡지도 못하고 연습을 전혀 하지 못했었으니까.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허리 디스크가 와서 기권을 하고 몇 달간 재활 후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2004년에 재발했다. 발가락을 꼬집어도 감각이 없고 허리는 굽혀지지도 않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고, 올림픽 출전 20일 전부터 겨우 다시 공을 치기 시작했는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다. 재활은 꾸준히 했지만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그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안고 금메달을 딴 게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운이 정말 좋았다. 부상 전에 획득한 포인트로 3번 시드로 시합을 출전했는데 1회전부터 부전승으로 운 좋게 올라갔다. 2회전은 우리의 천적이었던 인도네시아와 붙을 예정이었는데, 당시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인도네시아와 붙었다면 졌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폴란드가 기적적으로 인도네시아를 이기고 올라왔고, 그 당시 우리가 폴란드 팀에 강했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준결승에서는 임방언-김용현 조와 붙었는데 아무래도 한국 팀 간의 경기라서 좀 편했고, 이동수-유용성 조가 반대쪽 힘든 선수들을 모두 이기고 올라온 덕분에 결승도 한국 팀끼리 치룰 수 있었다. 물론 그 전까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그 당시의 몸 상태를 돌이켜 보면 금메달을 따낸 데 운도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힘들게 연습을 하고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해온 만큼,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도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
선수들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한 팀의 지도자는 팀의 선수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이해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 대표 팀 선수들은 다그치면서 힘들게 운동을 시켜도 뚜렷한 목적의식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따라올 수 있는 원동력이 충분하다. 반면 팀의 선수들은 아무래도 대표 팀에 비해서는 목표가 흐릿하기 때문에, 내년 시즌 전에 개개인이 목표를 가지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훌륭한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다. 처음 감독을 맡으며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내년에는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목적의식을 심어줄 것이다. 목표가 없으면 훈련이 단순한 노동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반면 목적의식이 있으면 아무래도 보다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표는 이뤄지게 마련이다. 무작정 기량만을 발전시키는 훈련보다 목적의식을 갖고 노력하도록 하는 훈련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팀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
선수들과 지도자가 같은 곳을 보는 것. 기본적으로 팀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나는 내 운동만 하고 돈만 받으면 돼’라고 생각한다면 그 선수가 속한 팀은 절대로 명문 배드민턴 팀이 될 수 없다. 개인의 기량을 쌓아 팀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 팀의 성적이 회사의 홍보와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면 삼성전기와 같이 명문 팀이 될 수 있는 토대가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이다. 나는 감독의 입장에서 선수들이 편하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선수들 각각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쓰고, 선수들은 각자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땀 흘리며 노력하는 게 몸에 밴다면, 그리고 그 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선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

요넥스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나?
모든 스포츠는 1등만 기억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기는 팀을 만들고 싶다. 단,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결국 이기는 근성 있는 팀을 만들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무조건 열심히 해야 지더라도 후회가 없고,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사용했다면 경기에서 져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20대 후반, 30대 선수들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 그것이다. 저것밖에 못 보여주고 나오면 억울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집중력이나 파이팅,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보이지 않는다. 또 경기에서 졌을 때도 왜 졌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태도가 부족한 것 같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경기에서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다만 주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내 운동 철학이다. 요넥스 선수들에게 그 부분을 만들어 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나?
빡세게 배웠고, 훈련하면서 기분이 나쁘고 마음 상한 적도 있었지만 배드민턴 하나는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고 기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내가 다그치고 꾸짖으면서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선수들이 서운할 때도 많을 것이다. 주위에서도 선수들을 보듬고 사랑으로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앞으로는 선수들을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서 개개인에 맞춤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포용의 지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쉬운 과제나 연습은 어느 선수든 다 할 수 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우승이라는, 1등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 없이 남들 놀 때 함께 놀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면서 편하게 운동하는 선수가 우승을 바라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운동은 정직하다. 내가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그대로 돌아오는 게 운동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노력하는가,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성실함이나 노력이 타고난 재능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금메달을 딴 케이스니까.

1999 세계선수권 남자 복식 1위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2005 전영오픈 세계 선수권대회 남자복식 3위
      제48회 전국여름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1위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배드민턴 KBS 해설위원
     삼성전기 코치
2015 요넥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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