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나무라켓을 휘둘러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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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2-08-29 18:57본문
[배드민턴코리아] "그때는 나무라켓이었지. 문제는 라켓이 나무라서 막 휘어지는 거야. 운동 끝나면 집에 가져가서 다듬이돌 밑에다 놓고 펴서 아침에 들고 가고 그랬어."
배드민턴 명가 전주농고(현 전주생명과학고)의 배드민턴부 창단 멤버였던 임채경 감독(68세)이 지난 3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50여년 전의 이야기다.
임 감독은 당시에는 셔틀콕도 닭털이었다며 돈이 없어서 닭집에 가서 털을 뽑아서 직접 만들어 썼다고 회상했다.
나무라켓도 진화했다
모두가 알듯이 배드민턴은 놀이에서 출발해 스포츠로 체계를 잡았다. 이런 까닭에 초창기에는 배드민턴 라켓에 대한 규정조차도 없었다. 다양한 형태의 배드민턴 라켓이 있었는데 탁구라켓 형태에서 시작해 점점 샤프트가 길어지는 식으로 진화해갔다.
라켓의 헤드도 처음에는 주걱처럼 얇고 둥근 나무판이었다. 그러다 송아지나 양의 가죽을 뒤집어씌운 것이 등장했는데, 셔틀콕을 칠 때마다 "둥 둥 둥" 북 소리가 낫다고 전해진다.
1877년 드디어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gut 현 스트링)가 등장했다. 배드민턴 라켓이 지금의 라켓과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헤드의 한쪽 면만 거트였다. 다른 한 쪽은 그대로 통가죽이었고 한다.
초창기 만들어진 나무라켓은 통나무를 깎아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얇은 나무 조각을 여러 겹 덧대 강도를 높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무 조각 사이에 보강재(글래스파이버)를 섞은 합판을 겹쳐 더 단단한 나무라켓을 탄생시켰다.
과거 나무라켓에 사용되던 목재는 몽둥이로 애용되던(?) 물푸레나무가 인기였다.
나무라켓은 얼마나 무거웠나
나무라켓은 고온과 습기에 약하다. 앞서 임채경 감독의 이야기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라켓은 휘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섬세한 컨트롤이 중요한 배드민턴의 특성상 이는 치명적이다. 라켓이 휘어지면서 전체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스트링에도 영향을 준다. 스트링의 텐션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당연히 스위트스포트의 크기와 위치도 변화무쌍하다. 스트링이 지나가는 홈은 금세 해져 넓어지기 일쑤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라켓은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약5g의 셔틀콕을 다루기에는 불필요하게 무거웠다. 1900년대 초 스코틀랜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가 213g, 255g의 라켓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무거운 라켓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의 라켓들은 80-90g정도다. 최근 영국 브랜드 카라칼에서 내놓은 배드민턴 라켓의 무게는 70g에 불과하다. 배드민턴 라켓의 무게는 100년이 지나면서 약 3분의 1로 줄었다.
물론, 나무로 만들어진 라켓이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질의 특성상 진동흡수력과 탄력성은 뛰어났다.
돈 없으면 나무라켓
기록에 따르면 1924년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배드민턴 라켓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1930년대 후반부터 강철과 유리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라켓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중화가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반세기 가량이 필요했다. 가격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나무라켓의 인기가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금속 재질의 라켓은 일찌감치 등장했으나 워낙 고가였던 탓에 대중들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1970년대 나무라켓이 300원, 스틸라켓이 6,000정도였다고 한다.
1975년도 대중교통 버스비가 3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대중들은 나무라켓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나무라켓이 사라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다. 제철산업의 발달과 함께 나무라켓은 자취를 감췄다. 나무라켓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심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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