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반쪽자리 선수는 싫어요' 배드민턴 중국 국가대표 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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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1건 작성일 2012-08-30 11:28본문
[배드민턴코리아] 2011년 코리아오픈에서 있었던 일이다. 팬들의 눈을 피해 어느 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둘의 대화는 간단한 한국어로 이뤄졌다. 한국 선수는 이용대였고, 중국 선수는 마진이었다.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주니어시절부터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친분을 다져왔다고 한다.
2012코리아오픈도 마찬가지였다. 마진은 또래 한국 선수들과도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배드민턴코리아 기자단과도 간단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 마진은 쇼핑하러 가기 좋은 곳이 어디냐며 한국말로 묻기도 했다. 마진은 그동안 배드민턴코리아 기자단이 만난 외국 선수 중 가장 유창히 한국어를 구사할줄 아는 선수다. 마진과의 만남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여자복식 유망주
이용대가 주니어시절 남자부 최강자였다면 여자부 최강자는 마진이었다. 지금은 혼합복식에 주력하고 있지만 마진의 주종목은 여자복식이었다. 2006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마진은 여자복식 우승을, 혼합복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여자복식 파트너는 현재 유양과 함께 세계1위를 독주하고 있는 왕샤오리였다. 신장은 작지만 수비가 뛰어나고 네트 앞 전위 플레이가 일품인 마진과 파워풀한 후위 공격이 장점인 왕샤오리는 주니어시절부터 찰떡 궁합의 콤비를 자랑했다. 주니어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는 최고의 여자복식 조였다.
마진과 왕샤오리는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성인 국제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 여자복식을 이끌던 양웨이-장지웬, 가오링-후앙수이, 웨이일리-자오팅팅 등의 후계자로 지목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두징-유양과 함께 중국 여자복식의 미래를 이끌 선수들로 주목 받았다. 마진-왕샤오리는 2009년 인도오픈, 아시아선수권, 말레이시아그랑프리골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일본오픈, 프랑스오픈, 홍콩오픈 등 슈퍼시리즈 3연속 우승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새롭게 중국 여자복식을 이끌던 두징-유양, 쳉슈-자오윤레이 등에 비해 한 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충격의 2010 우버컵 패배
2010년에는 우버컵(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에게는 특별했던 우버컵 대회였다.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충격은 컸다. 중국은 7회 연속으로 우버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단식과 복식에서 세대교체가 완벽히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없었지만 신예 선수들만으로도 한국 여자팀을 쉽게 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진과 왕샤오리는 대회 내내 1복식을 맡았다. 둘은 결승 전까지 4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한국과의 결승전은 달랐다. 1단식에 나섰던 왕이한이 패배하며 마진-왕샤오리가 갖는 부담감은 엄청났다. 더군다나 상대는 백전노장의 이효정-김민정이었다. 마진-왕샤오리는 1게임을 선취했지만 내리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에서 패하고 만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에게 우버컵을 내주며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이 대회 이후 중국은 대대적인 복식 개편을 단행했다. 잔부상이 많고 수비에 약점을 보이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두징을 과감히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신 유양의 파트너로 낙점 받은 선수는 다름아닌 왕샤오리였다. 졸지에 마진은 파트너를 잃고 말았다. 여자복식 새로운 파트너는 한참 어린 신인 선수였다. 여자복식 상위권에서 마진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점점 힘들어졌다.
혼합복식 전문? 아니죠~
2010년 이후 마진은 여자복식보다 혼합복식에서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보여왔다. 파트너는 호흡에 문제가 있던 젱보, 잔실수가 많았던 허한빈에 이어 장신의 슈천으로 바뀌었다. 남자 후위, 여자 전위의 전형적인 혼합복식 조가 탄생한 것이다. 슈천은 투박한 느낌은 있지만 극강의 타점 높은 후위 공격을 자랑했고, 마진은 본인의 장기인 빠른 네트 앞 플레이를 특화시켰다. 이들은 세계2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무난히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었다.
마진은 “지금은 혼합복식에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는 여자복식에 다시 출전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샤오리는 어려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친한 친구에요. 코치의 지시로 인해 파트너에서 헤어졌지만 나중에는 왕샤오리와 다시 파트너를 하고 싶죠. 왕샤오리와 많은 것을 같이 이루고 싶어요.”
슈천-마진은 2012런던올림픽 강력한 혼합복식 우승후보 중 하나다. 같은 중국의 장난-자오윤레이 정도를 제외하면 상대 전적에서 밀리고 있는 팀도 없다. 문제는 큰 경기 경험. 슈천과 마진은 상대적으로 호흡을 맞춘 기간이 짧다. 큰 경기 경험이 다른 조에 비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 메달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계속 이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메달은 저절로 따라 오겠죠?(웃음)”
성적만으로 놓고 보면 마진은 혼합복식에 특화된 혼합복식 전문 선수가 맞다. 혼합복식에만 전념한다면 위대한 업적을 이룰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마진은 반쪽짜리 선수는 되기 싫다고 한다. 그녀는 아직 배가 고프다. 마진이 올림픽에서 이용대-하정은의 앞길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마진은 혼합복식에서 떳떳한 성적을 내고 보란 듯이 여자복식에 전념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혈관 속에서 꿈틀대는 스포츠인의 심정으로 마진을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
이름: 마진(Ma Jin)
생년월일: 1988년 5월 7일
신장: 167cm
사용손: 오른손
2011~12 혼합복식 주요전적
2012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
2012말레이시아오픈슈퍼시리즈 준우승
2012코리아오픈슈퍼시리즈 우승
2011슈퍼시리즈파이널 준우승
2011프랑스오픈슈퍼시리즈 준우승
2011덴마크오픈슈퍼시리즈 준우승
2011전영오픈슈퍼시리즈 우승
박성진 기자
[배드민턴코리아 2012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