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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최고의 빅매치, 김하나-정경은 vs. 유양-왕샤오리[2013코리아오픈 비하인드스토리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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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심현섭 댓글 0건 작성일 2013-02-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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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코리아] 누구보다도 간절히 2013코리아오픈 참가를 원하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여자복식 김하나-정경은 조(삼성전기-KGC인삼공사)였는데요.

김-정 조에게 2012년은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극적으로 2012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으나, 올림픽 메달로 가는 길목에서 우승 후보 0순위였던 유양-왕샤오리 조(중국)가 예상치 못한 플레이로 발목을 잡았으며, 마치 죄인처럼 런던올림픽 선수촌에서 쫓겨나야만 했고, 게다가 한국에 돌아온 그녀들을 기다린 건 다름 아닌 징계였습니다.

김-정 조에게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수가 없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는데요. 김하나는 태극마크 대신 소속팀인 삼성전기를, 정경은도 태극마크 대신 소속팀인 KGC인삼공사를 유니폼에 새긴 후에야 코트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런던올림픽 이후 5개월여 만에 손발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정경은 조의 실력은 여전했습니다. 김-정 조는 거침없이 32강, 16강, 8강을 통과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준결승 상대를 기다렸는데요.

상대는 다름 아닌 런던올림픽 고의패배의 발단이었던 유양-왕샤오리 조였습니다. 유-왕 조는 팀 동료 자오윤레이-쳉슈 조(중국)의 기권으로 8강 경기 없이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렇게 운명 같은 두 팀의 재대결은 5개월여 만에 성사됐습니다.

1월 12일, 준결승 경기의 결과는 유-왕 조의 2-0(21-16 21-11) 승리였습니다. 첫 게임을 내준 김-정 조는 두 번째 게임에서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이날 여자복식 3위로 2013코리아오픈을 마감한 김하나-정경은 조에게 경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징계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실에서는 김하나-정경은 조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김하나는 “일단 빨리 징계가 풀렸으면 좋겠고, 시합 나가서 성적 내고 싶다”, 정경은도 “이 시합을 뛰는 게 목표였고, 다음 시합도 계속 뛰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 놨습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 끝난 후 마음고생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김하나는 “솔직히 지금도 다 된 건 아니고, 그냥 무뎌진 것 같다”고, 정경은은 “런던에 있을 때 가장 힘들었고 한국에 들어와서 소속팀(KGC인삼공사)에 있었는데 다들 신경 안 쓸 수 있게 잘해줬다. 그냥 지난 일이니까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둘은 중국선수를 이기는 게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다음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고 했습니다.

김하나는 주위와 팬들의 기대에 대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긴장도되고, 져서 실망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며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기자실 인터뷰가 끝난 뒤 선수들을 쫓아 나가서 태극마크가 없는 유니폼을 입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정경은은 “기분이 약간 미묘한데, (잠시 생각 후)소속팀 붙이고 하니까 팀 홍보도 되고 좋은 것 같다”며 재치 있게 웃어 넘겼습니다.

김하나-정경은 조의 인터뷰에 앞서 이날 경기 직후 유양-왕샤오리 조를 단독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양은 준결승전에 대해 “이 대회에 상금이 많이 걸려 있고, (상금)받고 싶다. 1등하고 싶어서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하나-정경은 조의 징계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징계는 전혀 모른다. 모르니까 할 말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 대해서 질문을 이어가자 “(코리아오픈)이 경기만 이야기하자. 다른 질문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하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유양과 왕샤오리는 한국 팬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다른 중국선수들도 응원을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2013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는 1월 13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남자단식에서는 리총웨이(말레이시아)가 2연패를 달성했고, 여자단식에서는 성지현(한국체대)이 8년 만에 한국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남자복식에서는 고성현-이용대 조(김천시청-삼성전기)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자복식에서는 유양-왕샤오리 조(중국)가 혼합복식에서는 장난-자오윤레이 조(중국)가 우승을 챙겼습니다.

2013코리아오픈에는 24개국에서 약35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습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50여명으로 꾸려졌고 그 중 80여명은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오픈대회 가운데 가장 등급이 높은 프리미어급대회였던 코리아오픈은 2014년부터 슈퍼시리즈급으로 등급이 떨어졌습니다. 말레이시아오픈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심현섭 기자

[배드민턴코리아 2013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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