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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국내 유일의 BWF레프리 조원규 대한배드민턴협회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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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8-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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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BWF 레프리
조원규 대한배드민턴협회 심판위원장
“심판의 길, 두드리면 열린다”

배드민턴 코트에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3개의 카드가 있다. 경고를 의미하는 옐로카드, 실점을 뜻하는 레드카드, 그리고 퇴장을 명령하는 블랙카드. 한 코트를 책임지는 엄파이어(높은 의자위에 앉아 있는 심판)가 3개의 카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축구처럼. 그러나 아니다. 엄파이어는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만 보유한다. 블랙카드는 엄파이어의 권한 밖이다. 바로 경기장 전체를 책임지는 심판, 레프리(심판장)의 몫이다.

한국에는 단 한 명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레프리가 있다. 배드민턴 국제대회에서 심판장을 맡을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BWF 레프리 조원규 대한배드민턴협회 심판위원장을 만났다.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전 부산광역시체육회 감독, 현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 현 BWF 레프리, 현 대한배드민턴협회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심판위원장이고, 세계배드민턴연맹 레프리로 활동 중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심판의 길을 걷게 됐나?
“대개 지도자로 활동하다 심판을 하게 되는데,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배드민턴에서 잠시 외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외국에서 배드민턴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었다. 덕분에 영어를 하게 됐고 그런 계기로 1986서울아시안게임, 1988서울올림픽 때 레프리 보조로 처음 입문했다. 그러다 1998년도에 국제심판을 보면서 정식으로 레프리코스를 밟게 됐다. 2004년 1월 1일부로 세계연맹의 승인을 받아 레프리가 됐다.”

레프리가 하는 일은 정확하게 무엇인가?
“엄파이어가 한 코트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레프리는 이벤트 전체를 책임지고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도핑, 코트 내의 항의 등등.”

레프리 아래 엄파이어, 서비스저지, 라인저지가 있는 것인가?
“레프리의 지시를 받아 엄파이어들이 각 코트를 관리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엄파이어, 서비스저지, 라인저지가 각자 임무를 맡아 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한 경기에 레프리는 1명인가?
“대부분 레프리 1명, 부레프리 1명, 로컬레프리 1명인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처럼 큰 대회는 레프리가 4명이다. 로컬레프리는 정식 레프리가 아닌 해당 국가에서 원활한 협조를 위해 지원하는 사람이다.”

어떤 대회에 레프리로 참가했었나?
“아시아선수권, US오픈대회, 대만오픈 등등. 여러 그랑프리골드급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레프리로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대회는 참가하지 못했다. BWF레프리도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나는 현재 2급이다. 1급은 세계에서 9명, 2급은 25명이 있다.”

레프리는 어느 나라가 가장 많나?
“대부분 1~2명씩이다. 한 국가에 여러 명의 레프리가 있는 경우는 없다.”

국제심판(엄파이어)은 어떤가?
“아마도 중국이 가장 많은 심판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마담 루가 세계연맹 회장을 할 때 중국 심판이 많이 늘었다.”

국제심판이 많은 국가가 경기장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조금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니까. 그런데 중국의 경우는 (실력 면에서)세계적으로 워낙 강하니까.”

우리나라의 국제심판은 얼마나 되나?
“BWF심판은 2명(손희주, 강신준), BAC(아시아연맹)심판은 8명 있다. 그리고 국내 1급 심판들이 20여명 있는데, 아시아지역 오픈대회에 참가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국제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우선 국내 3급, 2급, 1급 심판을 거쳐야한다. 3급 초등부, 2급은 중고대일반 심판으로 경험을 쌓은 후에 1급을 받을 수 있다. 1급은 아시아연맹 국제심판으로 추천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레프리의 가장 큰 권한은 아무래도 퇴장인데.
“레프리가 퇴장을 결정하고 엄파이어가 수행한다.”

퇴장시킨 적은?
“퇴장시킨 적도 없고, 아직까지 퇴장당하는 걸 본적도 없다. 대다수 선수들은 폴트를 받으면 주의를 한다. 2번 이상 폴트를 선언하면 엄파이어가 레프리를 부른다. 직접 가서 선수와 얘기해보면 다들 '잘하겠다'고 대답하니까(웃음).”

1950년생이다. 나이가 적지 않는데.
“심판 정년이 55세. 그래서 2004올림픽까지 심판으로 활동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레프리로 활동하고 있는데 레프리는 정년이 65세다. 앞으로 4년 남은 셈이다 (웃음).”

은퇴하기 전에 후임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지금 그게 고민이다.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 레프리가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시간을 희생하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다들 꺼리니까. 조금 안타깝다.”

레프리는 선수출신이어야만 하는가?
“아니다. 외국 레프리들은 모두 선수출신이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경기 규칙을 공부하고, 심판 과정을 거쳐 레프리가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선수출신이 아니다보니 너무 규정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규정에만 매달린다?
“우리나라 심판들이 국제대회에서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선수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히 여유롭게 규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무엇인가?
“언어문제다.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심판이 가장 출중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직접 현장에서 코치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라서 더 말할 게 없다. 그런데 영어는 아직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레프리로 출장도 잦고 경기 스케줄도 보통이 아닌데. 힘들지 않은가?
“요즘은 조금 힘들다. 50대까지 만해도 괜찮았는데(웃음). 담낭염 때문에 고생했다. 2년 전 국내대회에 레프리로 갔다가 쓰러져서 수술하고 부터 안좋아졌다.”
“우리도 건강해야 버틴다. 1주일 동안 아침에 일찍 체육관 나가서 끝날 때까지 항상 상주하고 있어야하고. 코트 내에서 항의하고 이런거 해결해야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족들은 뭐라고 하는가?
“아내가 배드민턴 경기 보는 걸 즐긴다. 생활체육도 하고 있고. 그래서 시간이 되면 같이 경기장 와서 나는 일하고 아내는 경기보고 그런다. 외국에 나갈 때 아내를 동반한 적도 있다. 레프리들은 보통 숙소를 1인실을 준다. 심판은 2인 1실을 주지만. 그래서 외국 레프리들도 부인을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레프리의 금전적인 부분은 어떤가?
“레프리로 하루에 80불 받는다. 심판은 하루에 50불 받고.(웃음) 게다가 레프리는 항공료, 체제비가 나오지만, 심판은 항공료가 안나온다. 그래서 대다수의 심판들은 해당 국가 선수단과 함께 오는 편이다. 자기가 좋아서 한다고는 하지만, 일비가 너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심판들은 다른데 쓸 휴가를 아껴놨다가 배드민턴 경기장에 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회는?
“2004아테네올림픽에 심판으로 참가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혼합복식 (김)동문이 하고 (라)경민이가 탈락해서 충격이 굉장히 컸다. 당연히 금메달을 예상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남자복식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 은 나눠 가졌을 때는, 정말 한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외국대회에 참가하면 자기도 모르게 애국자가 된다.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잘 억누르고 있지만.”

국가마다 선수들의 특성이 있을 것 같은데. 스포츠맨십이나 매너 면에서.
“유럽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거친 편이다. 라인저지 판정에 항의를 많이 한다. 반대로 아시아 선수들은 매너가 괜찮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도 그렇고.”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그만둘 때까지 내게 주어진 임무를 건강하게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도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레프리로 인정받도록 그렇게 할 생각이다.”

후배 심판들이나 심판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심판이나 레프리가 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단, 보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한번 도전해볼만한 부분이다.”
“외국 심판들은 99.9%가 선수출신이 아니다. 변호사, 회계사, 경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으니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두드리길 바란다.”


심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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