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인도의 딸 사이나 네활, 불모지에서 자라난 씨앗

페이지 정보

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4:20

본문

기자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 인천에서 열렸던 2006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당시 1988년생 이하부터 참가)였다. 그다지 크지 않은 신장이었지만, 파워풀했고 체력도 일품이었다. 근육이 완성되지 않은 주니어 선수들이었지만, 그녀는 한눈에 봐도 튼튼해 보였다. 9번 시드를 받고 출전했고, 16강 장수영(한국, 5번 시드), 8강 류지에(중국, 3번 시드), 준결승에서 배연주(한국)를 모두 2-0으로 꺾었다. 결승에서 1번 시드이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2-0의 퍼펙트 우승을 차지한 왕이한(중국, 현재 세계랭킹 1위)을 만나 아쉽게 우승은 놓치고 말았다. 그러다 2008년, 다시 그 선수의 이름을 주니어선수권대회 명단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006년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2008년 주니어대회에 나오다니, 아직도 주니어 신분이란 말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선수는 당당히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마지막 주니어선수권대회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2010년 6월, 이번엔 성인무대에서 3주 연속 국제대회를 싹쓸이했다.주니어대회부터 중국의 대항마로 평가 받았고, 최근 상승세를 바탕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도 거론되는, 나이에 비해 월등한 실력과 성숙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기자가 호구조사까지 하게 만든 그 선수는 바로 인도의 사이나 네활(Saina Nehwal)이다.

Super Saina Scores Hat-Trick
인도 언론에선 난리가 났다. 위 제목은 실제 언론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사이나가 축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6월에 열린 3개의 국제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그 중 2개는 마이너대회가 아니라,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슈퍼시리즈였다. 고국에서 열린 인도 골드그랑프리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오픈, 인도네시아오픈마저 그녀를 위한 대회였다. 비록 중국의 왕이한, 왕신, 왕린, 왕시샨 등이 모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란(중국, 세계랭킹 10위), 히로세 에리코(일본, 12위), 페탸 네델체바(불가리아, 17위), 웡뮤츄(말레이시아, 23위), 성지현(한국, 25위)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압했다. 무더위가 기승이었던 6월 중순부터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차례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다. 이 결과로 사이나의 세계랭킹은 3위까지 상승했다. 중국선수들로 언제나 도배가 됐던 1~5위를 뚫고 들어갔다. 중국의 여자단식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것이다.

승리의 즐거움을 깨닫다
사이나는 자신의 경기력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 올해 전영오픈 4강 사이나는 “경기력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올 전영오픈 4강에 진출한 이후부터”라고 말했다. 원래, 그녀의 약점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 자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영오픈 4강 진입에 성공한 이후, 게임을 하는데 있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나만의 리듬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체력과 기술이 자신감과 합치되었을 때, 그때가 바로 이번 3연속 우승을 한 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승리의 즐거움을 깨달은 이후, 그 즐거움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다.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이번엔 중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기에, 우승이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녀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그녀는 “나는 이번 대회들을 통해, 나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자신감이 매우 올라왔기에, 중국 선수들의 도전을 받고, 그들을 무찌를 준비가 되어 있다. 가까이 세계개인선수권대회(8월)부터, 아시안게임, 그리고 멀게는 2012 런던올림픽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현재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크다. 그러다 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도의 아이돌스타
우승은 그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고향에서 모델로 데뷔했고, 인도농업조사협회(Indian Council of Agricultural Research)의 명예대사로 위촉됐다. 또한, 고향 경찰청에서 부경찰서장의 지위도 제의 받았다. 인도에서는 스포츠스타가 부경찰서장의 지위를 제의받는 경우는 유명한 업적을 남긴 선수정도만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모두 명예직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인기가 얼마나 수직 상승했느냐를 알 수 있다. 그녀는 인도의 우상이 되어가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종목을 뽑자면, 우선 크리켓의 인기가 가장 많고, 다른 아시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축구 또한 인기가 많다. 배드민턴은 그다지 인기종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나의 성공으로 배드민턴 붐이 인도에서 불고 있다. 그녀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아니지만, 동시간에 열렸던 남아공 월드컵의 인기를 무색하게 했을 정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고운마음씨 때문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남녀 간의 관계가 상당히 보수적인 국가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인도의 유명한 여자 스포츠선수를 꼽으라면, 사이나 외엔 딱히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진출은 미약하다. 하지만 사이나는 이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녀는 “사회의 통속적인 개념을 여성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말을 했다. 스스로 사회를 바꿔 나가자는 것이다. 그것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르겠으나, 사이나는 여성들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주장한다. 그녀는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좋은 선례를 보여주며, 진정한 인도의 롤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사이나는 고향의 복지사회건설에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지역 아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나의 좋은 성적은 나만의 실력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어느새 그녀는 인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최근 경기장 안에서의 행보는 열 린단 안 부러울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녀의 예쁜 마음씨 때문이 아닐까. 아직 만으로 20살에 불과하지만, 배드민턴계 안팎으로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이나 네활. 아직 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팬들이 있다면,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그녀는 언젠가 세계무대 정상에 설 것이고, 인도 내에서도 최고의 유명 인사로 등극할 것이다.


박성진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