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코리아] 1월 9일, 2013코리아오픈 본선무대 32강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수들은 메인코트 바로 뒤에 있는 선수석에 앉아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오랜만에 만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경기를 준비했죠. 그러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몸을 풀기 위해 지하에 있는 보조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모든 게 순조로운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중국의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줄줄이 기권을 선언하며 축제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시작은 2012런던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리슈에리(중국)였습니다. 그녀는 32강 경기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습니다.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코트에 나와 아무 이상 없이 경기를 잘 뛰다가 첫 게임 7-7에서 갑자기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이어 런던올림픽 남자단식 동메달리스트 첸롱(중국)이 바통을 건네받았습니다. 첫 게임 11-4에서 기권했습니다.

중국선수들의 기권은 계속됐습니다. 런던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2012코리아오픈 챔피언인 카이윤-푸하이펑 조(중국)도 카이윤의 허리 통증을 이유로 첫 게임 4-11에서 기권을 선언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런던올림픽 여자단식 은메달리스트 왕이한(중국)마저 기권했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경기 도중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왕이한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사전에 작정을 한 듯 조금의 아쉬운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부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왕이한은 배연주와의 32강전에서 두 번째 게임 18-8로 앞선 상황에서 기권했습니다(11-21 18-9).

기권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코리아오픈 의무부 의사에게 확인서를 요청했습니다. 선수들은 중국에 돌아가 부상으로 기권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부상이 있건 없건 간에 어쨌든 세계 최고의 선수 4명(조)은 코리아오픈 본선 첫 날 기권을 선언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세계 배드민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심증만으로 가득하던 배드민턴 기자들은 “중국 선수들이 한국에 잠깐 와서 머무는 비용이 대회 불참으로 인한 벌금보다 싸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죠.

이날 경기가 다 끝나갈 무렵 부상 선수 명단에 한 명이 더 추가됐습니다. 남자복식 주자 엔드류 엘리스(영국)였습니다. 엔드류는 경기 도중 무릎을 삐끗한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현장을 지키고 있던 담당 의사에게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응급처치를 한 후 곧장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심현섭 기자

[배드민턴코리아 2013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