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배드민턴 치마논란 바로알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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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8-25 15:57본문
[배드민턴코리아] 세계 배드민턴에 이색 제안이 등장했다. ‘여자 선수들에게 치마만 입히자’라는 것이 골자였다. 이 제안은 이슈가 되어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배드민턴에 인색한 국내 언론사에서도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 포털사이트 일반스포츠의 헤드라인까지 차지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말이 오고 갔던 것일까? 그리고 정작 당사자인 선수 본인들은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때아닌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명 ‘치마 사건’에 대해 자세히 파해쳐본다.
무슨 일이 있었나
치마 논란이 처음 일어난 것은 5월 초다. 발단은 토마스 룬드 덴마크배드민턴협회장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BWF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룬드 회장은 “떨어지고 있는 여자 배드민턴의 인기 부흥을 위해 여자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치마만을 입게 하자”라는 이색 제안을 BWF에 제출했다.
하지만 바로 반대 의견이 일어났다. 우선 덴마크 내에서 비판이 일었다. 배드민턴 내부뿐만 아니었다. 여자복식의 간판, 크리스티나 페데르센은 “흥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비치발리볼처럼 민소매 배꼽티 의상을 입는 게 낫다”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덴마크 문화부장관 또한 “다른 방법도 있을 터인데 왜 굳이 치마를 입혀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 기름을 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5월 27일, BWF 파이산 부회장은 “6월부터 여자 선수들의 치마 착용을 의무화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여자 배드민턴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볼거리를 더 제공해야 한다. 치마 의무화는 여성의 매력을 더욱 뽐낼 수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안에 속바지(타이즈)를 갖춰 입기 때문에 성 상품화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때는 중국에서 수디르만컵2011이 열리는 중이었다. 선수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더 이상 유럽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속적인 반대 의사를 보였던 영국과 덴마크 선수들은 물론, 중동문화권에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가장 큰 반대 의사를 낸 곳은 인도배드민턴협회였으며, 복식선수 구타 즈왈라 역시 인도협회의 반대 주장에 적극 동의했다. 배드민턴 외부에서도 이 문제는 큰 화제거리였다. 하지만 그 중 BWF에 동의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웃음거리였을 뿐이었다. 결국 5월 31일, BWF는 한발 물러났다. 치마 의무화는 올해 12월까지 무기한 유보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토마스 룬드 회장의 제안을 다시 돌아보자. ‘떨어지고 있는 여자 배드민턴의 인기’라는 표현은 분명 타당성은 있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남자선수들의 경기에 비해 여자선수들의 경기는 지루하다는 비판이 있다.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이 들으면 화낼만하지만 역동성과 재미는 남자선수의 경기에 비하면 분명 떨어졌다. 심지어 여자단식의 점수를 21점에서 17점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자단식 경기는 솔직히 지겨운 감이 있다”라고 말한 국제심판도 있다.
더군다나 여자 배드민턴은 중국이 독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덴마크, 중국 등이 번갈아 가며 우승컵을 들고 있는 남자 배드민턴에 비해, 여자 배드민턴은 중국 내에서 번갈아 가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국가지만,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올림픽 출전권 제한도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책이다. 여자 배드민턴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말은 분명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치마만을 입게 하자’라는 주장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비판은 왜 하필 복장이냐라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다른 대안은 없다. 경기 규정을 바꿀 수 없는 노릇일뿐더러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제한을 두는 것은 형평성과 어긋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옷이라는 것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또한 너무나도 성급했다.
경기력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였으며, ‘성 상품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여성의 매력을 더욱 강조해 흥행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누가 봐도 모순됐다. 그리고 문화차이를 존중하지 않았다. 중동문화권 국가는 여성의 노출을 금기시한다. 일반인들이 거리에 치마를 입고 나서는 것 조차 아직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배드민턴 코트에서 치마를 입고 경기하는 것은 문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구문화 위주라는 비판을 들을 만했다. 결국 논란만 불러온 치마 사건은 BWF의 미숙한 행정 처리 과정을 보여준 예가 되고 말았다.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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