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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기획] 우버컵 우승, 2.6%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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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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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드민턴 세계 최강이 중국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여자팀은 단∙복식 모두 시상대 가장 위에 있었다. 심지어, 단식 세계랭킹은 올해 3월 25일부터 1~5위 자리를 독점하고 있고, 복식 세계랭킹은 지난 2009년 11월 19일부터 1~3위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스포츠에 절대 강자가 없다고 하지만, 중국 여자배드민턴만큼은 예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식 3경기와 복식 2경기의 경기 결과로 승부를 보는 우버컵의 경우, 중국의 우승은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과 같이 당연한 결과로 받아 드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일을 냈다, 우버컵 결승에서 중국을 3-1로 제압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글로 전달하는 것으로는 이들의 위대한 우승 소식 전달에 부족함이 많았다. 단순히 최초 우승이라는 수식어로 축하할 일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우버컵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최근 3년 (2007~2010 현재까지) 간 성적을 통계를 내어 비교해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중국은 정말 최강이었고, 한국은 그 최강을 무찌른 역전의 용사인 것이다.

최강 중국
자료는 2007년부터 선수들이 참가했던 모든 국제 대회를 바탕으로 수집했고, 복식 선수들은 이번 대회 결승전에 발표된 조합이 아니면 제외했다. 그렇기에, 한국의 유명한 이경원-이효정, 김민정-하정은 이상 두 조합은 조사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 선수들이 뛰었던 경기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파트너와 같이 뛴 경기가 아닌 복식경기는 조사 목록에서 제외했다.

처음으로 조사한 것은 각 선수들의 최근 3년간 승률이다. 이번 우버컵에 참가한 중국 선수들의 성적은 경이적이었다. 우선 대부분의 선수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대회에서 항상 높은 순위를 기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기 수의 많음을 보여준다. 최근 3년간 516전 400승 116패이다, 승률은 77.52%. 한국 선수들이 고작(?) 252전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경기 수가 거의 2배에 가깝고, 승률마저도 10% 정도 높았다. 특히, 왕이한과 두징-유양은 3년간 100전 이상의 경기 수를 기록하였다. 비록 세 선수 모두 젊지만, 자료의 수치만 놓고 본다면, 이들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수치의 맹점은 바로, 동일 국가 선수들간의 대결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개인선수권대회라면, 이 수치의 영향력은 더 크겠지만, 우버컵 같은 국가 단체전의 경우, 동일 국가 선수간의 성적은 의미가 없다. 즉, 한국 선수들은 다른 한국선수들과의, 중국 선수들은 다른 중국선수들과의 경기 결과를 제외해 수치를 비교했고, 그 결과는 전체 성적의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국선수들은 142승 61패, 승률 69.95%의 소폭 상승률을 보여주었다. 배승희는 2008년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성지현과 배연주도 2007~08년까지는 유망주였기 때문에, 결과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다른 중국 선수들과의 상대 성적을 제외하니, 310승 44패, 승률 87.57%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순수 다른 국가 선수들과의 경기 승률이 무려 90%에 육박하는 것이다. 특히, 왕신, 왕쉬샨, 마진-왕샤오리가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패한 횟수는 다 합해봐도 단 8회에 그친다. 그들에게 무서운 적은 같은 중국 대표팀 동료들이지, 다른 나라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조사한 항목은 상대 국가 선수들과의 성적이었다. 한국은 대 중국전, 25전 4승 21패, 승률 16%, 중국은 대 한국전 38전 30승 8패, 승률 78.95%였다. 한국의 4승은 각각 다 다른 의미가 있는데, 우선 배승희의 1승은 올해 코리아 오픈 SS에서 왕신에게 거둔 승리이며, 배연주의 1승은 역시 올해 말레이시아 오픈 SS에서 왕이한에게 거둔 승리였다. 2009년까지는 전혀 승리가 없었던 우리나라 여자 단식이지만, 올해에 2승을 했다는 것이 그래도 이번 우버컵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었던 희망의 한 부분이었다. 이경원-하정은의 2승은 중국의 신예 선수들에게 작년 차이나오픈 SS에서 거둔 승리였을 뿐, 두징-유양, 마진-왕샤오리에게는 상대전적에서 승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이경원-하정은의 성적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좋다고 이야기하기엔 부적합한 면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중국은 다른 국가와의 성적만을 놓고 본다면, 대 한국전 성적이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 80%에 육박하는 성적을 보여준다. 10번 싸우면 8번은 이긴다는 이야기인데, 그나마 왕이한이 4승 2패로 본인의 평균 승률인 78.9%에 비하면 떨어지는 모습이었고, 왕신도 1승 1패에 그쳤다. 무서운 선수는 왕쉬샨과 지앙얀지아오, 그리고 마진-왕샤오리. 이들은 무패였다. 적어도 중국의 입장에선 단식, 복식 1경기씩은 무조건 잡을 것이며, 비록 3단식 경기까지 간다할 지라도, 경험이 많은 지앙얀지아오의 대 한국 성적이 가장 좋기 때문에, 커다란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왜 졌는가
이런 객관적인 수치를 놓고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이 이긴 것을 설명하기엔 어려운 점이 더 많다. 자료들 모두 중국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이 과연 어떻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일까. 단순, 정신력의 승리의 승리였던 것일까.

실패한 성공적인 세대교체
중국의 세대교체는 성공적이다. 워낙 선수들이 많고, 그 중에서 뛰어난 주니어 선수들은 심심찮게 다른 나라 성인 선수들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이나오픈 슈퍼시리즈만 보더라도, 이것이 중국의 전국체전인지, 아니면 정말 세계대회가 맞는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특히, 여자팀의 세대교체는 남자팀의 그것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평가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여자 단-복식계를 주름잡았던, 장닝, 시에싱팡(이상 단식), 가오링, 후앙수이, 웨이일리, 양웨이, 장지웬, 자오팅팅(이상 복식) 등의 은퇴와 부진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은 선수들은 왕이한, 왕신, 왕린, 왕쉬샨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4왕 자매(이상 단식), 마진-왕샤오리(이상 복식) 이었다. 이들은 모두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를 주름 잡고 있으며, 단순 세계 랭킹만 비교해 보더라도, 이들이 과연 성인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한 지 1~2년이 되는 선수들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버컵 결승만 놓고 보았을 때, 중국의 세대교체는 결국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닌,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윗세대가 모두 한꺼번에 빠지면서 생겨난 공백을 어린 선수들로 메우다 보니, 이들이 정작 우버컵과 같은 큰 대회를 풀어나갈 지혜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 중국 선수 중, 지난 2008 우버컵을 경험한 선수는 단식 3장으로 활약한 지앙얀지아오 뿐이었다. 심지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두징-유양에게도 이번 우버컵은 그들의 첫 번째 우버컵이었다.

중국의 가장 확실한 카드는 역시 1단식의 왕이한과 1복식의 마진-왕샤오리다. 왕이한은 2009년 54전 47승 7패, 승률 87.04%, 마진-왕샤오리는 50전 44승 6패, 승률 88%를 기록하였다. 모두 중국, 그리고 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졌다. 결국 중국은 이기는 법은 알고 있었으나, 지고 있었을 때, 따라 잡는 법은 잘 알지 못했다. 이것을 중간에서 바로 잡아줄 선수가 바로 베테랑 선수들인데, 이번 중국 대표팀에는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단순히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지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이 뛰면서 직접 보여줘야 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그럴 선수가 없었다. 이번 우버컵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세계 정상급 실력인 루란, 주린(이상 단식), 쳉슈, 자오 윤레이(복식) 등이 중국의 입장에선 안타까울 뿐이다.

대회 방식과 일정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했다 할 지라도, 과연 경기에 뛸 수 있었을 지는 또 의문거리이다. 바로 우버컵의 경기 진행 방식 때문이다. 감독의 오더로 경기 순서에 맞게 선수들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랭킹이 높은 순으로 결정을 해 버린다. 총 4명의 단식 선수와, 3조의 복식 선수들 중에서 세계랭킹이 조금 떨어지는 베테랑 선수를 쓰기 위해선 마지막 3단식, 혹은 2복식부터 투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에게는 선수별 맞춤형 전략이 탄생할 수 있었다.

대회 일정도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준결승전 이후 하루 휴식이 선수들에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이 부분은 경험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이경원, 이효정, 배승희)이 자신들의 축적된 큰 대회 경험을 그들의 경기력에 그대로 뭍어 나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그렇기에 일반 오픈대회와는 달랐던 우버컵의 진행일정이 한국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빼 놓아선 안되겠다.


실제로, 이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기자도 깜짝 놀랐다. 정말 중국선수들의 성적이 이 정도나 압도적일까 하면서 말이다. 그동안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중국에 비해 약세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국제대회 성적차이가 이 정도로 클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용대, 고성현, 홍지훈, 손완호, 유연성 등으로 대표되는 남자팀의 세대교체에 비해, 여자팀의 세대교체는 아직은 부족하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토마스컵에서 완벽한 우승을 달성한 중국의 활약상도 커다란 이슈를 만들어 내긴 충분했으나, 이번 토마스 & 우버컵의 최고의 주인공은 한국 여자팀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한국 팀에도 아직 문제는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배연주, 성지현 등 단식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 대결에 자신감은 늘어났으나, 여전히 중국 선수들이 한 수 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복식의 대들보인 이경원과 이효정의 나이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고, 마진-왕샤오리의 라이벌 구도를 맞춰줘야 할 정경은, 장예나, 유현영, 김미영 등이 아직 중국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앞으로의 대회에서 빠른 시일내로 보완해야 할 점이다. 중국의 젊었던, 아니, 어렸던 이번 우버컵 대표팀에게, 이번 대회는 중국인의 입장에선 안타깝지만, 최고의 보약이 됐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팀이 더 무서워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2.6%.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도, 그리고 기자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도 아니다. 바로 이번 우버컵에서, 한국 여자팀이 중국 팀을 3-1로 꺾고 우승할 확률을 그 동안의 전적과 비교해 봤을 때, 계산된 수치이다. 그리고, 한국은 이 2.6%의 기적을 이뤄냈다. 비록, 언론에서는 이번 대회가 크게 다뤄지지 않았으나, 이 사실만은 꼭 기억해야겠다. 우리 대표팀은 불가능할 것 같은 2.6%의 기적을 이뤄낸 세계 최강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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