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군자의 복수는 5년이 걸려도..덴마크 악셀센, 디펜딩 챔피언 중국 첸롱 꺾고 남자단식 우승[2020도쿄올림픽]

페이지 정보

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21-08-02 22:28

본문

53ff7f6335f282b73c0a1829f5de41c8_1627910672_008.jpg

96년 이후 덴마크에게 다시 남자단식 금메달을 안긴 악셀센.
 


[배드민턴코리아]첸롱의 경기력이 못나진 않았다. 다만 악셀센의 경기력이 완벽한 수준이었을 뿐이다. 2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무사시노포레스트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마지막 경기,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덴마크의 빅토르 악셀센의 중국의 첸롱을 2-0(21-15 21-1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6리우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첸롱에게 당한 패배를 5년만에 되갚았다. 덴마크는 1996아탈란타올림픽 남자단식에서 폴-에릭 호이어 라르센이 중국의 동지옹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이후 25년 만의 배드민턴 금메달이다.


리우올림픽 당시 악셀센은 아직 만 22세에 불과했다. 앞날이 창창한 샛별이기에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으면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었다. 준결승전 상대는 당시 금메달을 차지했던 첸롱이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둔 상대도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린단(중국)이었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데뷔전이었지만, 악셀센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리우올림픽 이후 악셀센은 첸롱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총 10번 만나 4승 6패를 거뒀다. 어느새 악셀센이 첸롱의 세계랭킹을 추월해 세계 2위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첸롱은 악셀센 앞의 견고한 벽이었다. 열번 중 절반 가까이 이겼지만 악셀센에게 부족한 승리는 바로 올림픽에서의 승리였다. 와중에 동갑내기 모모타 켄토가 세계랭킹 1위를 선점했고, 자국에서 새롭게 떠오른 신성 앤더스 안톤센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다.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제갈량을 또 낳았는가"라고 탄식하던 <삼국지연의>의 주유 같은 '비운의 2인자' 전철을 밟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하늘은 악셀센을 저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세계 1위 모모타는 조별예선에서 허광희에게 충격패를 당하며 토너먼트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했다. 안톤센은 인도네시아의 안토니 시니수카 긴팅에게 8강에서 패해 탈락했다. 유력한 경쟁자들이 모두 나가떨어지며 악셀센에게 남은 마지막 적수는 단 하나, 또 첸롱이었다.


그 절박했던 마지막 승리 하나가 결국 오늘 악셀센의 품에 안겼다. 악셀센의 결승전 경기력은 마치 지난 5년간 이 무대를 위한 시간이었던 양 완벽에 가까웠다. 악셀센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매시가 십중팔구 라인에 걸치며 번번이 '인(IN)'이 선언되었다. 1게임부터 악셀센이 맹공으로 점수차를 쭉쭉 벌려나갔지만, 쉽사리 승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었다. '첸롱은 첸롱', 한번 리드를 잡으면 쉽사리 분위기를 내주지 않는 선수기에 2게임에서 첸롱이 리드를 잡는다면 모를 일이었다. 중국 대표팀의 코치도 악셀센의 대각 플레이가 너무 좋으니 직선만 보라고 첸롱에게 계속 지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악셀센은 그런 기회조차 첸롱에게 주지 않았다. 첸롱의 진중함보다 악셀센의 화력이 더 빠르게 치고나갔다. 결국 2게임은 1게임보다 더 큰 점수차를 내며 결국 악셀센이 21-12로 결승전의 방점을 찍었다.


결승전 내내 얼음 같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바이킹 전사는 마지막 점수를 내자마자 헤어밴드를 벗어던지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5년 전의 패배부터, 마지막 21점을 획득하기 직전까지의 마음 고생이 터진 둑처럼 한번에 복받친 듯했다. 2021년 도쿄의 하늘은 악셀센의 손을 들었다.


한편 결승전에 앞서 치러진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긴팅이 과테말라의 케빈 코르동을 2-0(21-11 21-13)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중남미의 나이 든 무명 선수였던 코르동은 '모모타를 잡은' 허광희를 잡아내는 이변을 포함해 여기까지의 행보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혁희 기자

tags : #도쿄올림픽, #남자단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