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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배드민턴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컴백 #1 장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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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2-08-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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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코리아] 김천시청 남자배드민턴단의 단식주자 장영수와 안현석에 대해 대다수의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어지고 있는 ‘올드보이’로 취급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오판이었다. 올드보이들은 부활의 신호탄을 지난 ‘2012 전국봄철리그전’에서 쏘아 올렸다. 그들은 승률 100%를 기록하며 팀을 7년 만에 봄철리그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9게임에 나와서 전승(장영수 3승, 안현석 6승)으로 퍼펙트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컴백한 이들을 만나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놨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이스의 악몽
한때 장영수는 국가대표팀 남자단식 에이스 이현일의 뒤를 이를 후계자로 손꼽혔다. 2008년 여름철대회 남자단식 우승, 2009년 준우승 그리고 곧이어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 예선 전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당시 이현일이 대표팀 은퇴를 한 남자단식은 장영수와 박성환이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한참 잘나가던 그때 뜻하지 않은 불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뜻대로 시간이 흘렀다면 그의 2012년은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9년 무릎부상을 시작으로 2010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으면서 올림픽은 물론이거니와 다시 선수로 복귀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2009년 대만골드그랑프리대회에서 무릎 내측인대 부분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6주 정도를 쉬어야 했는데 완치가 안 된 상황에서 운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전국체전에서 부상이 재발했고, 그 이후에는 쉬고 재활하면서 거의 회복이 되어 2010년 코리아오픈에도 출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수촌에서 연습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재활로만 치료했는데 차도가 없었다. 그렇게 수개월을 낭비하고 10월에 수술을 받았다.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리게 되니 대표팀에서도 나오게 되고,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서 은퇴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수술한 이후에는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복귀해서 무조건 다시 정상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활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닥치는 대로 보면서 나도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수술이후 재활을 하고 작년 포천에서 열린 봄철대회에서 복귀했지만 예전의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예선에서는 힘을 발휘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1년 내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만 봤을 때는 그랬다. 부상이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서서히 존재감이 떨어져가는 선수.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감이라는 싹이 트고 있었다.

“재활을 받고 작년 봄철리그전에 복귀했을 때는 점프스매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몸이었다. 허리가 신경 쓰여 한동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했다. 다치기 전보다는 파워, 스피드, 게임운영 등 모든 면에서 많이 떨어져서 다시 올리려고 노력했는데 전국체전 때까지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1년을 보내면서 꾸준히 재활을 하고 훈련을 하고 시합에 나가면서 불안감도 사라졌고, 자신감도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김천에서의 첫 번째 겨울
결과는 예전보다 미치지 못했지만 복귀이후 확실히 그는 달라졌다. 한때 장영수는 ‘2게임’ 혹은 ‘연습용’이라는 좋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2게임’은 2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면 3게임에서는 진다는 의미이고, ‘연습용’은 연습할 때는 최강이지만 실전에서는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수식어는 훈련과 게임 때 확연히 다른 그의 심리 상태에서 기인했다. 게임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조급함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그였다.

“부상이전과 이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승부욕도 지나치게 많았고, 조급함도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플레이 스타일이 변했고, 생각하는 것도 여유로워졌다. 다시 시합에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 좋다. 수술과 재활 그리고 복귀를 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오종환 단장님, 권성덕 감독님, 김학균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 예전처럼 에이스가 되지 못하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부끄럽지 않는 선배가 되기 위해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허리보호대는 항시 착용하고, 몸 관리도 미리미리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겨울은 장영수에게는 특별했다. 2005년 김천시청에 입단한 이후 처음으로 팀에서 제대로 된 동계훈련을 받았다. 그동안 대표팀에 있어, 혹은 부상 때문에 팀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없던 그였다. 그리고 김천시청은 이번 동계훈련을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하게 보냈다.

“작년 전국체전이후 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전력보강이 돼서 기대가 컸는데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못해서 팀의 맏형으로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동계훈련은 운동 시간부터 늘리고 타이트하게 진행됐다. 토요일 오후까지 훈련했고, 개인훈련도 선수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동계훈련에서 스타일, 체력, 파워, 스피드 등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웠다. 아직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올 가을까지 유지 보완한다면 정말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든든한 맏형이고 싶다
이번 봄철리그전에서 보여준 김천시청의 포기하지 않는 끈끈함은 동계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영수 역시 예전과는 달리 끈끈해졌다. 결승전에서 그는 삼성전기 정훈민에게 1게임을 내주고도 2게임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2-1(17-21 22-20 21-17) 역전승을 거뒀다.

“복귀하고 예전에 비해 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대로 그냥 무너지기 싫어서 동계훈련 기간에 많은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잘 올라와줬다. 결승전은 주장이자 맏형으로서 꼭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예선전에서 경기를 많이 못해서 중요할 때 내 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게임을 내줬어도 자신 있었다. 3게임에서 초반에 내 스타일대로 강하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간 게 잘 먹힌 것 같고, 파이팅과 집중력도 좋았다.”

봄철리그전에서 장영수가 게임에 많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의 오더에 마지막 단식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앞에 나서지 않지만 뒤에서 팀을 든든히 버텨주는 버팀목과 같은 역할 그리고 팀이 필요로 할 때 혹은 승부처에서 언제나 제 역할을 해주는 맏형이 되고 싶다.

“파이널은 어느 누구에게나 많은 부담감을 안겨준다. 나도 1, 2번 단식을 뛰는 것이 솔직히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내가 맡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파이널을 자청했다. 다행히 현석이와 완호가 게임을 많이 뛰면서 경기력이 좋아졌고, 좋은 결과를 낳아 만족한다. 대회 기간 매일 게임을 한다고 해도 체력적으로 걱정 없지만 나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

박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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