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nament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남자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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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21-08-18 16:53본문
[배드민턴코리아]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여자단식)에서 이어집니다.
남자복식
금메달: 리양-왕치린(대만)
은메달: 리준후이-류우첸(중국)
동메달: 아론 치아-소우이익(말레이시아)
결승전 - 양안전쟁 승리, 이 정도면 총리가 전용기 보내줄 만 했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2년, 또 그 중 1년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 대회가 취소되었으니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1년 남짓이었다. 때문에 리양-왕치린은 대회 등급을 가릴 것도 없이 스케줄이 되는 대로 모조리 출전하며 점수를 쌓았다. 다행히 본선 티켓을 수령할 만큼의 순위까지는 올라왔지만, 상술했듯 낮은 등급의 대회들을 다수 소화하며 만든 성적이기에 순위만큼의 실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훨씬 더 주목 받는 팀들이 많았다. 인도네시아의 마커스 페르날디 기데온-케빈 산자야 수카물조, 헨드라 세티아완-모하마드 아산이 여전히 건재했고,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더 좋은 성적을 조준하는 일본 팀들, 그리고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직접 이번 올림픽 주목할 팀으로 뽑은 사윅사이라이 란키레디-치락 셰티(인도)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은 세계랭킹이나 과거의 기록 등이 무색한 대회였다. 남자복식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고 순위 선수들이 줄줄이 토너먼트 도중 발목을 잡혔다. 빅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동안, 리양-왕치린은 특별하진 않지만 간결하고 정석적인 플레이로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결승 상대는 중국의 리준후이-류우첸. 한일전이야 배드민턴 외의 종목에서도 대체로 비등한 전력을 보여 엎치락뒤치락하는 맛이 있다지만, 중국과 대만, 즉 양안전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체급 차이가 너무 나다보니 중국의 일방적인 우세인 경우가 많았다. 배드민턴의 경우에는 중국이 세계 최고다보니 더욱 그러했다. 더욱이 리양-왕치린은 냉정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하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서 대만의 듀오는 세간의 그러한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리준후이-류우첸은 딱 1게임 첫 4점차 리드까지만 대만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리양-왕치린이 화려하게 경기를 압도하진 않았지만, 리준후이-류우첸의 타점 높은 공격을 손쉽게 방어하며 착실히 점수를 쌓아갔다. 1게임을 21-18로 끝낸 대만 듀오는 2게임에서 더욱 점수차를 벌리며 21-12로 압승을 따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환호성을 내지르는 건 코트 위의 두 선수 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SNS에 경기 중계를 보던 대만 국민들이 환호하는 영상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중국의 콧대를 꺾은 이 두 선수를 위해 대만 정부는 전용기까지 파견하는 극진한 예우로 이 '국민영웅'들을 본국으로 귀국시켰다. 그렇게 리양-왕치린은 대만 최초의 배드민턴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론 치아-소우이익, '인도네시아 킬러' 등장!
남자복식 유력한 메달권 후보에는 인도네시아 두 팀이 있었다. 세계랭킹 1위 기데온-수카물조, 2위 세티아완-아산 두 조였다. 세계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다만 세티아완과 아산이 각 만 36, 만 33세로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불안요소였다.
아론 치아-소우이익, 최솔규-서승재, 제이슨 안토니 호 슈-닐 야쿠라(캐나다)와 함께 D조에 배정된 세티아완-아산은 나이 우려를 비웃듯 3전 전승으로 조별 라운드를 통과했다. 8강에서 만난 일본의 카무라 다케시-소노다 케이고와도 3게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나이 탓에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다시 한번 깨트리며 3게임을 21-9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마무리했다.
비록 이번 대회 우승 듀오인 리양-왕치린에게 준결승에서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이 아직 남아있었다. 반대쪽 시드에서는 자국의 기데온-수카물조가 있었기에 여자복식의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이 그러했듯 같은 나라 선수끼리 메달을 놓고 맞붙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은 커녕 4강전에서 이미 기데온-수카물조의 이름은 없었다. 8강에서 치아-소우이익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세티아완-아산이 D조 1위를 차지하며 2위 치아-소우이익을 A조 1위인 기데온-수카물조에게 보내버렸는데, 결과적으로 악재가 된 셈이다.
그리고 세티아완-아산마저 치아-소우이익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이미 승리를 맛본 상대에게 패했기에 충격은 더했다. 이렇게 세계 1, 2위 두 팀이 모두 한 팀에게 패하며 '노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치아-소우이익은 각 97년생, 96년생으로 신체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할 나이다. 하지만 젊음이 전부는 아니기에, 또 이들은 유난히 유럽 선수들한테 약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유력한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대신 아시아권의, 더 높은 순위의 선수들을 종종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혹시?' 정도의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었다. 조별 라운드 성적도 딱 그 정도였다. 세티아완-아산에게 패하고 최솔규-서승재에게는 이겼다.
최솔규-서승재를 따돌리고 조 2위로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이번에 만날 상대는 기데온-수카물조였다. 조별 라운드에서 인도네시아에게 맞은 뺨을 토너먼트에서 또 인도네시아에게 맞게 생긴 셈이다.
하지만 치아-소우이익은 매를 더 버는 대신 완벽한 '화풀이'에 성공했다. 총합 스코어 2-0(21-14 21-17)로 가볍게 세계 최강을 찍어눌렀다. 남자단식에서 모모타 켄토를 잡아낸 허광희처럼 충격에 가까운 대이변이었다. 비록 그 기세를 미처 다 못살리고 준결승에서는 리준후이-류우첸에게 패했지만, 그렇게 치르게 된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티아완-아산을 다시 만나 꺾으며 설욕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이 없다. 그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단식 리총웨이 이후 금메달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비록 이번에도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인도네시아를 격파하며 자국의 자존심을 지킨 치아-소우이익이 다음 올림픽에서 드디어 자국의 숙원을 풀어줄 지 주목해 볼 만하다.
이혁희 기자
tags : #도쿄올림픽, #남자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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