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nament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혼합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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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21-08-19 00:37본문
[배드민턴코리아]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여자복식)에서 이어집니다.
혼합복식
금메달: 왕일류-황동핑(중국)
은메달: 정쓰웨이-황야충(중국)
동메달: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
결승전 - 징크스는 스스로 극복하는 것, 그 무대마저 최고의 무대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국 동남 해안가, 즉 저장성(절강성), 푸젠성(복건성), 광둥성(광동성) 일대는 일찍부터 배드민턴이 크게 발달했다. 광둥성이 홍콩을 끼고 있기 때문에 홍콩을 통해 영국이 종주국인 배드민턴이 빠르게 유입된 것이다. 그 중 광둥성은 보법(步法), 즉 스텝을, 푸젠성은 수법(手法), 즉 손 테크닉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배드민턴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마치 무술을 익히듯이 말이다.
오래된 연구 실적과, 탁구의 성공 신화로부터 벤치마킹한 네트 종목의 경험을 흡수해 중국 동남부 일대는 배드민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왔다. 역사상 최고의 배드민턴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린단이 바로 푸젠성 출생이고, 이번에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첸유페이가 저장성,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첸칭첸이 광둥성 출신이다.
혼합복식 결승 무대에 오른 네 선수 또한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특히 푸젠성 출신의 황동핑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선수가 모조리 저장성에서 태어나 배드민턴을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왕일류-황동핑과 정쓰웨이-황야충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복식 조로 자라났다.
정쓰웨이-황야충은 일반적인 복식 조들에 비해 남자선수 정쓰웨이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정쓰웨이는 남자치고 단신 축(175cm)에 속하지만, 탄성이 워낙 좋아 점프해서 공을 받아낼 때는 적어도 10cm는 더 커보일 정도다. 가로-세로-높이의 세 축을 짐승 같이 커버하는 정쓰웨이에게 황야충이 보조를 맞추는 편이다.
반면 왕일류-황동핑은 좀 더 정석적인 조합에 가깝다. 황동핑이 전위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왕일류가 후방에서 높은 수비를 해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황동핑이 과할 정도로 템포를 끌어올리고, 왕일류가 화력을 뽐내지 못하면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경기가 잦았다. 그 단점 때문에 번번히 국제 무대 결승전에서 미끄러졌는데, 대부분의 상대가 바로 정쓰웨이-황야충이었다.
이번 결승전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은 왕일류-황동핑에게 13승 2패로 절대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왕일류-황동핑에게는 꿈에서도 만나기 싫은 기피대상이었다. 정쓰웨이-황야충의 기세도 너무나 좋았다. 이 듀오는 코로나19로 국제대회의 문이 닫히기 전 시즌, BWF월드투어 파이널, 세계선수권, 슈퍼1000 3개 대회 모두를 싹쓸이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가능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한 정쓰웨이-황야충에게 남은 대회는 딱 하나, 올림픽이었다. 마침 그들이 늘 손쉽게 꺾어왔던 왕일류-황동핑을 만났으니 자국의 전설들과 함께 나란히 불멸의 이름이 되기까지 딱 한 걸음을 남겨둔 셈이었다.
정쓰웨이와 황야충은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도 탄탄대로였다. 조별리그 서승재-채유정, 8강 프라빈 조단-멜라티 데바 옥타비안티(인도네시아), 준결승 탕춘만-체잉수엣(홍콩)을 모조리 꺾는 과정에서 단 한 게임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했다면, 정쓰웨이와 황야충은 이미 역사적인 존재가 된 것 같은 경기력 차이였다. 중국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대회에 1년 반 가까이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그런 국제무대 공백은 아무런 약점이 되지 못했다.
왕일류와 황동핑도 결승까지 단 한 게임만 패하는 호성적으로 올라왔지만, 정쓰웨이-황야충이 내뿜는 위압감만큼의 그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진정한 시험대는 정쓰웨이-황야충을 만나는 결승전에서 시작이었다.
악몽의 지리한 반복이 되리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쓰웨이-황야충이 자랑하는 운영 능력은 딱 2게임에서만 제몫을 다했다. 황동핑이 필요 이상으로 리듬을 끌어올리지 않고, 왕일류가 그러한 황동핑의 박자를 완벽하게 맞춰줬다. 둘이 작심하고 정쓰웨이의 호흡을 뺏으니 정쓰웨이에게 큰 비중을 둬온 그간의 스타일이 상당히 어그러졌다.
결국 3게임에서도 정쓰웨이-황야충은 끌려가는 페이스를 보였고, 결국 3게임 스코어 21-19로 왕일류-황동핑이 승리를 차지했다. 늘 그들을 그림자 밑에 뒀던 상대를 마침내 꺾은 것이다. 그것도 가장 큰 무대에서, 상대의 역사적인 퍼펙트 슬램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말이다. 여전히 배드민턴은 계속되고, 네 선수 모두에게 아직 남은 올림픽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의 승자는 왕일류와 황동핑이다.
이혁희 기자
tags : #도쿄올림픽, #혼합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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