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nament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남자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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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21-08-16 16:22본문
[배드민턴코리아]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을 사자성어로 요약하면 '합종연횡'이라고 할 수 있겠다. 8월 2일 막을 내린 2020도쿄올림픽(대회 전체 폐막은 8일) 배드민턴에서 중국은 전 종목 결승 무대에 자국 선수들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혼합복식은 결승 두 팀 모두 중국 선수들이었다. 혼합복식을 제외한 네 종목에서 대만 둘, 덴마크 하나, 인도네시아가 하나씩 결승 진출 선수 내지 조를 배출했다. 중국이 다섯 종목 모두 석권하며 '연횡(連橫. 강대국이 적들을 하나씩 무너뜨림)'하느냐, 나머지 국가들이 '합종(合縱. 강대국의 독주를 여럿이 견제함)'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결국 결승에 자국 두 팀을 올려보낸 혼합복식을 제외한 네 종목에서 중국은 여자단식에서만 금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2016리우올림픽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냈던 첸롱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남자복식에서는 하필 대만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대만의 리양-왕치린은 그리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패퇴였다.
중국의 전종목 독식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남자단식 세계 1위 모모타 켄토(일본)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어느 경기 하나 쉽사리 예상하기 힘든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의 종목별 금메달리스트와, 종목별 이슈를 돌아본다.
남자단식
금메달: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은메달: 첸롱(중국)
동메달: 안토니 시니수카 긴팅(인도네시아)
최고의 이변 - 허광희, 그리고 또 허광희
가장 이변이 쏟아진 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독보적인 세계랭킹 1위이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금메달을 목에 걸기에 최선의 조건을 다 갖췄던 모모타의 이름이 토너먼트의 울타리도 넘어보지 못하고 지워졌다.
모모타는 전 종목 통틀어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랭킹 포인트부터 다른 상위권 선수들과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고, 그 선수들과의 상대전적 또한 너끈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각 조별 시드 보유자들의 면면을 뜯어봐도 과연 모모타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그 모모타를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의 허광희가 꺾었다. 모모타는 변명의 여지도 없을 만큼 무기력한 패배였다. 모모타와 반대로 허광희는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중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했다.
A조 1위는 16강을 건너뛰고 8강에 직행한다. A조는 세계 1위 선수가 시드 보유자로 들어가는 자리다. 사실상 세계 1위 선수를 위한 특전으로 8강 티켓이 주어지는 셈이다. 그 티켓을 모모타로부터 허광희가 빼앗은 셈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을 꺾은 허광희는 의외의 복병에게 패하며 다소 어이없이 8강에서 짐을 쌌다. 8강 진출 선수 중 허광희와 함께 유이한 비시드 선수였던 '8강 최약체' 케빈 코르동(과테말라)에게 패한 것이다. 랭킹 포인트를 비교하면 모모타와 허광희의 차이 만큼이나 허광희와 코르동의 그것이 큰 격차를 보였다.
코르동은 협회 지원금이 부족해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도 빠듯해 세계 무대는 거의 밟아보지 못하고, 과테말라가 속한 중남미 대회를 전전하며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변방의 노장이었다. 조별 라운드 통과에 이어 8강 진출만 해도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코르동은 '모모타를 꺾은' 허광희를 꺾음으로써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허광희는 한 대회에서 대이변의 주인공과 희생양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다.
결승전 - 승리의 여신, 악셀센의 손을 들다
결승전은 첸롱과 악셀센의 맞대결이었다. 둘은 이미 지난 리우올림픽 4강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첸롱은 어린 악셀센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결승 진출, 우승까지 차지했다. 결승전 대신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간 악셀센은 중국의 린단을 꺾으며 동메달을 따냈다.
첸롱은 그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악셀센은 그 후 자칫 앞뒤로 치이기 딱 좋은 상황에 처했다. 같은 94년생인 모모타는 세계 1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승승장구했고, 자국 후배 앤더스 안톤센이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최강자의 자리를 위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올림픽 2인자, 94년생 2인자, 자국 2인자라는 불명예 아닌 불명예를 떠안게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서 악셀센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데 성공했다. 제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만리장성' 첸롱이라지만, 악셀센의 공격이 백이면 백 절묘하게 코트 라인에 걸쳐들어오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승리의 여신이 악셀센의 셔틀콕에 입김을 불어넣은 듯했다.
그쯤 되자 첸롱도 패배를 천명(天命)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악셀센의 마지막 득점이 확정된 후, 울음을 쏟아내는 악셀센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교환하며 웃으며 악셀센의 우승을 축하했다.
경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악셀센은 첸롱에 대해 "그와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겨룰 수 있어 행복하다. 경기 직후 첸롱이 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고, 나 또한 첸롱은 내게 늘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화답했다"라며 경쟁자를 추켜세웠다. 또한 "나를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첸롱과의 올림픽 결승전에서 승리했다면 최고 중의 최고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스스로의 업적에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악셀센은 1996아탈란타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자국의 폴-에릭 호이어와 리우올림픽 여자단식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 이어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낸 세 번째 유럽 선수가 되었다.
2020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리뷰 - 전종목 종합편(여자단식)으로 이어집니다.
이혁희 기자
tags : #도쿄올림픽, #남자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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