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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칼럼]고통스런 재활 더 강해진 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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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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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이었다. 이용대(22, 삼성전기)가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6개월이 걸렸다. 이용대가 다시 한번 우승 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이용대는 지난 8월 8일 대만에서 열린 2010 대만 오픈 그랑프리골드 배드민턴선권대회 남자 복식 결승에서 한국의 조건우-권이구조를 2-0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 말레이시아의 쿠킨티트-탄분헝조를 2-1로 이겼다. 이용대의 우승은 지난 1월 중순 한국에서 열린 빅터 코리아 오픈 남자복식 이후 7개월 만이었다. 그 7개월 동안 이용대는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운동선수에게 재활은 고통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 만큼이나 심한 고통. 특히 스윙을 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팔꿈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장치나 다름없는 부위다. 야구의 투수들이 그렇고, 배드민턴 선수들이 그렇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나,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지 못하는 선수나 마찬가지로 존재 의미를 잊는 깊은 상실에 빠지기 쉽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의 투수 배영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려댔다. 2006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배영수는 너덜너덜한 팔꿈치 인대를 갖고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강속구를 던졌고,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배영수는 팀의 우승과 자신의 팔꿈치를, 청춘을 맞바꿨다.

배영수는 곧장 수술대에 올랐다. 미국에서 배영수의 팔꿈치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이렇게 너덜 너덜한 인대를 가지고 150km를 던졌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배영수의 팔꿈치는 엉망진창이었다.

처음에는 할 만했다. 수술만 하고 나면, 그래서 통증만 사라지면 언제고 다시 그때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재활의 고통은 지루했다. 1년간의 재활기간을 마치고 돌아온 배영수는 “수술했으니 이제 다시 잘 던질 수 있겠지? 라고 맘 편하게 묻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미웠다”고 했다. 그만큼 재활은 고통스런 과정이다.

앉아서 공부만 하는 학생이 아닌, 자신의 몸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운동선수들에게 꼼짝 못한채 재활에 매달려야 하는 기간은 괴로운 고행의 시간이다. 배영수는 “세상을 보는 눈을 잃어버린 기간이었다”고 했다.

이용대도 7개월의 공백을 겪어야 했다. 빅터 코리아 오픈 우승 뒤 이어 참가한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1회전 탈락했다. 혼합복식에서는 2회전을 기권했다. 팔꿈치 통증이 낫지 않았고, 설상가상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결국 2월22일부터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리는 2010 세계남녀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용대 재활의 시작이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김중수 감독은 “4개월 동안의 집중 재활 기간이 있었다”고 했다. 이용대는 동료 대표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혼자 태릉선수촌에 남아서 팔꿈치 재활훈련을 해야 했다. 다행히 인대를 다친 것은 아니었다. 팔꿈치 쪽 근육이 고장났다. 주변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를 감쌀 수 있는 상태였다.

대표팀은 태릉선수촌 소속의 전문 트레이너와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용대를 위한 전문 재활팀이 꾸려졌다. 이용대의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며 이용대의 회복을 도왔다. 4개월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길다면 무척이나 긴 시간이다. 이용대의 나이는 이제 겨우 우리 나이로 스물 셋이다. 매일매일 라켓을 휘둘러도 성이 안 찰 나이에 이용대는 조용하고 긴 침묵의 재활을 견뎌야 했다.

김 감독은 “팔꿈치 통증을 다스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용대도 긴 재활 기간 동안 자신의 부상 부위와 친구가 되는 게 우선이었다. 아픔은 이용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을 수 있다. 사실 더 두려운 것은 또 다칠 지 모른다는 공포다. 공포는 스윙을 위축시키고, 스매시의 자신감을 사라지게 한다.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인정하고, 익숙해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4개월의 재활은 성공적이었다. 태릉선수촌 의료진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꾸준한 부위별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팔꿈치를 더욱 강화시켰다. 통증은 사라졌고, 이용대도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용대는 지난 8월 초 마카오에서 열린 그랑프리골드 오픈에서 국제 대회에 복귀했다. 6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첫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정재성과 오랜만에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 또다시 1회전 탈락. 김 감독은 “팔꿈치 때문은 아니었다. 팔꿈치는 다 나았다. 오랜만에 대회에 복귀하다보니 경기 감각이 무뎌졌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곧이어 벌어진 대만 오픈에서 이용대는 다시 펄펄 날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서 세계 1위조를 꺾은 뒤 결승에서 자신의 동갑내기 조건우가 권이구와 짝을 이룬 팀을 가볍게 2-0으로 제압했다.

재활은 고통스럽지만, 성공적인 재활은 부수효과(side effect)를 낳는다. 김 감독은 “이번 대만 오픈에서 이용대의 파워가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고통의 대가다.

야구의 투수들도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성공할 경우 구속이 빨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아팠던 인대를 고쳤기 때문이 아니다. 삼성 라이온스의 왼손 투수 권혁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할 때처럼 체계적으로 팔을 관리한 적이 없다. 팔 운동을 집중적으로 했고, 인대 뿐만 아니라 팔 전체의 근육이 향상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부수효과. 팔꿈치 수술 이후 팔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팔꿈치 뿐만 아니라 팔 전체 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 재활에 성공한 투수가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수술의 마법이 아니라 훈련의 대가다.

이용대에게 재활의 4개월은, 대회에 나가지 못했던 6개월은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갖지 못했던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인 관리에 따른 팔 전체의 강화를 낳았다.

비슷한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자 프로골퍼 신지애는 시즌 초반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몇 개 대회를 나가지 못했지만 신지애에게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았다. 마침 휴식이 필요했었고, 2주간의 회복은 신지애에게 남은 시즌을 더욱 잘 치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이용대는 돌아왔다. 그리고 김 감독의 말대로 더욱 세졌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홈팀 중국의 텃세를 깨고 지난 2년 전 올림픽 때처럼 다시 한번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때로, 삶의 고통이 삶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것처럼, 이용대의 배드민턴도 더욱 단단해지는 중이다.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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