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칼럼]체력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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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3:19본문
체력은 경험이다. 얼핏 보면 모순된 말이지만 체력은 분명 경험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체력은 단순히 힘을 뜻하지 않는다. 경기를 치를 때 드러나는 체력은 수많은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다. 언제 힘을 쏟아야 하고, 언제 힘을 덜 쏟아야 하는지 아는 능력. 언제 강하게 밀어부쳐야 하고, 언제 살살 돌아가야 하는지 아는 능력. 그래서 체력은 경험이다.
굳이 배드민턴이 아니더라도 체력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프로야구에서 신인들이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야구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신인 선수가 한 시즌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3시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시즌은 경기를 어떻게 치르는 지를 아는 시즌. 4월부터 길게는 10월까지 치르는 133경기 중 언제쯤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데 걸리는 게 첫 시즌이다.
두번째 시즌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즌이다. 두번째 시즌에서 선수는 지난 시즌 시행착오를 겪은 것을 바탕으로 한 시즌 동안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운다. 언제 힘을 빼고 언제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떤 경기에서 사력을 다하고 어떤 경기에서 덜 뛰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다. 김 감독은 “쉴 때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계속되는 이동과, 객지생활을 반복해가며 벌이는 싸움이다. 주초 3연전과 주말 3연전이 계속 이어지며 구장을 바꿔 매일같이 경기를 치른다. 부산으로 갈 때도 있고 광주로 이동할 때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새벽에 버스로 이동해 다음 날 오후에 다시 경기를 치른다. 선수단 관리 노하우야 이미 29년째 시즌을 맞는 프로야구로서 탄탄한 노하우가 쌓였지만 그래도 객지생활은 신인 선수에게 만만치 않다. 일일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일부는 배우고, 일부는 어깨 너머로 살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
신인 선수가 세번째 시즌에서 배우는 것은 휴식의 노하우다.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된 날, 어떻게 쉬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경기가 끝난 뒤 심야에 숙소에 돌아와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계속된 원정경기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어떻게 쉬어야 다음경기에서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베운다. 그렇게 걸리는 시간이 3시즌이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 생리학의 최신 흐름이다.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쉬느냐가 선수의 체력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웨이트 트레이닝 기법이 날로 발전하고 체력 향상 프로그램의 개발이 속속 이뤄지는 현재 선수들의 한계 체력은 이미 비슷한 수준에 올라있다. 문제는 한계체력을 유지하는 방법. 이는 운동과 훈련이 아니라 휴식을 통해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하느냐에 달렸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휴식’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2009~2010시즌에도 챔피언에 오른 신 감독은 “삼성화재에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보다는 선수들이 얼마나 체력을 빨리 회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휴식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그래서 휴식은 쉬는 게 아니라 휴식 그 자체가 중요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휴식은 또 다른 형태의 훈련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은 파주 NFC에서 훈련하는 동안 산소 밀도가 낮은 저산소방에서 1시간씩 휴식을 취했다. 쉬는 것을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삼았다.
신 감독은 “휴식은 철저하게 쉬어야 한다. 자유시간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식훈련’을 지시한 뒤 한 때 선수들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 만약 선수 방의 쓰레기통에서 라면이나 탄산음료 등이 나오면 호되게 야단을 쳤다. 쉬는 동안에는 먹먹는 것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체력은 경험이다. 쉬는 동안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휴식하는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체력을 회복시키는지가 경험에 따른 체력향상의 비결일 수 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그동안 5번이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도록 만들었던 난적 중국을 3-1로 꺾었다. 경험의 승리였다. 2-1로 앞선 채 맞은 4번째 복식에서 이경원(삼성전기)-하정은(대교눈높이)조가 1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잡아낸 것이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상대였던 세계 2위 두징-유양조는 겉모습도 남자 다운 선수들. 체력전에 강점을 보이지만, 노장 축에 속하는 이경원의 경험이 이를 압도했다.
이경원-하정은은 첫 세트를 19-21로 내줬지만 2세트를 21-14로 이겼고, 마지막 세트에서도 14-14에서 스매싱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역전, 결국 21-19로 따냈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4번째 경기에서 상대 두징을 앞뒤로 많이 움직이게 해서 체력을 많이 소모하게 한 게 주효했다. 그 경기가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해 쌓이는 체력은 자신의 체력 뿐만 아니라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경원은 이효정과 짝을 이뤄 복식을 뛰던 2008 전영 오픈 결승에서도 두징-유양을 만나 1세트를 내준 뒤 2~3세트를 내리 따내 우승한 바 있다. 둘의 경험은 두징-유양의 거친 체력을 압도했다.
2번째 단식에서 나섰던 성지현(한국체대)이 키워야 하는 것은 그래서 체력이 아니라 경험이다. 성지현은 세계랭킹 2위 왕신을 맞아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따냈지만 3세트에서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7-21로 아쉽게 패했다. 성지현은 2010 배드민턴 빅터코리아오픈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의 왕스셴에게 0-2로 졌다. 그때도 체력 저하가 문제로 지적됐다. 4강까지는 거침없이 진출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하는 부분이 아직은 모자란다. 체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자칫 운동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진짜 체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김 감독도 “체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경기를 치르며 체력을 유지하고 안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 체력을 이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자신감이다. 체력은 자신감을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그리고 자신감은 우승을 통해서 나온다. 우버컵 우승은 그래서 더욱 뜻 깊다. 이경원, 이효정 등 노련한 선수들이 앞에서 이끌고, 어린 선수들이 뒤에서 받쳤다. 경험과 자신감은 그들의 체력을 한 단계 또 키웠다. 적어도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굳이 배드민턴이 아니더라도 체력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프로야구에서 신인들이 시즌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야구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신인 선수가 한 시즌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3시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시즌은 경기를 어떻게 치르는 지를 아는 시즌. 4월부터 길게는 10월까지 치르는 133경기 중 언제쯤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데 걸리는 게 첫 시즌이다.
두번째 시즌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즌이다. 두번째 시즌에서 선수는 지난 시즌 시행착오를 겪은 것을 바탕으로 한 시즌 동안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운다. 언제 힘을 빼고 언제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떤 경기에서 사력을 다하고 어떤 경기에서 덜 뛰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다. 김 감독은 “쉴 때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계속되는 이동과, 객지생활을 반복해가며 벌이는 싸움이다. 주초 3연전과 주말 3연전이 계속 이어지며 구장을 바꿔 매일같이 경기를 치른다. 부산으로 갈 때도 있고 광주로 이동할 때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새벽에 버스로 이동해 다음 날 오후에 다시 경기를 치른다. 선수단 관리 노하우야 이미 29년째 시즌을 맞는 프로야구로서 탄탄한 노하우가 쌓였지만 그래도 객지생활은 신인 선수에게 만만치 않다. 일일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일부는 배우고, 일부는 어깨 너머로 살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
신인 선수가 세번째 시즌에서 배우는 것은 휴식의 노하우다.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된 날, 어떻게 쉬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경기가 끝난 뒤 심야에 숙소에 돌아와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계속된 원정경기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어떻게 쉬어야 다음경기에서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베운다. 그렇게 걸리는 시간이 3시즌이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 생리학의 최신 흐름이다.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쉬느냐가 선수의 체력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웨이트 트레이닝 기법이 날로 발전하고 체력 향상 프로그램의 개발이 속속 이뤄지는 현재 선수들의 한계 체력은 이미 비슷한 수준에 올라있다. 문제는 한계체력을 유지하는 방법. 이는 운동과 훈련이 아니라 휴식을 통해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하느냐에 달렸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휴식’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2009~2010시즌에도 챔피언에 오른 신 감독은 “삼성화재에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보다는 선수들이 얼마나 체력을 빨리 회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휴식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그래서 휴식은 쉬는 게 아니라 휴식 그 자체가 중요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휴식은 또 다른 형태의 훈련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은 파주 NFC에서 훈련하는 동안 산소 밀도가 낮은 저산소방에서 1시간씩 휴식을 취했다. 쉬는 것을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삼았다.
신 감독은 “휴식은 철저하게 쉬어야 한다. 자유시간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식훈련’을 지시한 뒤 한 때 선수들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 만약 선수 방의 쓰레기통에서 라면이나 탄산음료 등이 나오면 호되게 야단을 쳤다. 쉬는 동안에는 먹먹는 것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체력은 경험이다. 쉬는 동안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휴식하는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체력을 회복시키는지가 경험에 따른 체력향상의 비결일 수 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그동안 5번이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도록 만들었던 난적 중국을 3-1로 꺾었다. 경험의 승리였다. 2-1로 앞선 채 맞은 4번째 복식에서 이경원(삼성전기)-하정은(대교눈높이)조가 1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잡아낸 것이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상대였던 세계 2위 두징-유양조는 겉모습도 남자 다운 선수들. 체력전에 강점을 보이지만, 노장 축에 속하는 이경원의 경험이 이를 압도했다.
이경원-하정은은 첫 세트를 19-21로 내줬지만 2세트를 21-14로 이겼고, 마지막 세트에서도 14-14에서 스매싱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역전, 결국 21-19로 따냈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4번째 경기에서 상대 두징을 앞뒤로 많이 움직이게 해서 체력을 많이 소모하게 한 게 주효했다. 그 경기가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해 쌓이는 체력은 자신의 체력 뿐만 아니라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경원은 이효정과 짝을 이뤄 복식을 뛰던 2008 전영 오픈 결승에서도 두징-유양을 만나 1세트를 내준 뒤 2~3세트를 내리 따내 우승한 바 있다. 둘의 경험은 두징-유양의 거친 체력을 압도했다.
2번째 단식에서 나섰던 성지현(한국체대)이 키워야 하는 것은 그래서 체력이 아니라 경험이다. 성지현은 세계랭킹 2위 왕신을 맞아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따냈지만 3세트에서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7-21로 아쉽게 패했다. 성지현은 2010 배드민턴 빅터코리아오픈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의 왕스셴에게 0-2로 졌다. 그때도 체력 저하가 문제로 지적됐다. 4강까지는 거침없이 진출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하는 부분이 아직은 모자란다. 체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자칫 운동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진짜 체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김 감독도 “체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경기를 치르며 체력을 유지하고 안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 체력을 이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자신감이다. 체력은 자신감을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그리고 자신감은 우승을 통해서 나온다. 우버컵 우승은 그래서 더욱 뜻 깊다. 이경원, 이효정 등 노련한 선수들이 앞에서 이끌고, 어린 선수들이 뒤에서 받쳤다. 경험과 자신감은 그들의 체력을 한 단계 또 키웠다. 적어도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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