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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칼럼] 배드민턴이 우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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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11-04-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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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한 TV 예능프로그램의 장면. 아이돌 스타인 2PM의 닉쿤이 출연한 가운데 진행자들이 물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뭐냐”고. 닉쿤이 답한다. “배드민턴도 좋아하고…”. 진행자들이 깜짝 놀란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냐”고.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뉘앙스는 충분했다. 닉쿤처럼 귀공자 같이 생긴 스타가 배드민턴 ‘따위’를 좋아하다니. 하는 눈치. 뒤늦데 다른 진행자가 “배드민턴도 귀족들이 하던 스포츠였다”고 만회를 시도한다. 하지만 닉쿤은 해맑에 웃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태국 출신의 닉쿤이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배드민턴을 했다는 사실은 배드민턴 동호인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코리아오픈 때 닉쿤은 이용대와 함께 시범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배드민턴은, 정말, 동네 약수터에서 아주머니들이 깔깔깔 웃으며 허둥지둥 간신히 셔틀콕을 받아 넘기는, 해진 뒤 어둑어둑하나 동네 골목에서 부부가 나와서 겨우 3번의 랠리만으로도 서로 기뻐하며 웃고 즐기는 스포츠라고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 진행자들은.

배드민턴은 서구 유럽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테니스가 말 그대로 귀족 스포츠였던 것에 반해, 배드민턴의 시작은 영국 식민지배하의 인도에서 출발한 스포츠였다. 18세기 중반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장교들이 시작했던 게임이 배드민턴의 시초였다.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스포츠다.


그러나 그 기원을 따지면 역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드민턴의 원조는 ‘배틀도어 앤 셔틀콕’이라고 불렸던 게임이었다. 두 명이 작은 라켓을 들고 깃털 달린, 현재의 셔틀콕과 비슷한 공을 주고 받는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네트 사이에서 서로의 코트에 떨어뜨리는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배틀도어 앤 셔틀콕은 두 명이 한 편이 되어 서로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뜨리지 않고 주고 받는지를 즐기는 경기였다.


경기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여년 전으로 추정될 정도로 오래된 기원을 갖고 있다. 그리스 시대에서 유행하던 이 경기는 헬레니즘 문명의 영향을 받은 인도의 간다라 문명으로 전파됐고, 인도를 거쳐 중국과 태국의 고대 왕조인 시암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동쪽으로 전파된 오래된 스포츠. 닉쿤의 고국이 태국이고, 그 태국의 고대왕조가 시암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닉쿤이 배드민턴을 즐기는 것은 그날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 보였던 태도와 달리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라켓으로 셔틀콕을 주고 받는 경기의 그림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그려진 채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후 200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도와 중국, 시암, 그리고 일본에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의 형태로 그 흔적을 남겨왔다. 배드민턴은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스포츠였다.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이 스포츠의 형태를 갖기 시작한 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19세기 후반.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군 장교들이 은퇴한 뒤 영국으로 돌아와 배드민턴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1873년에 이르면 보포트 공작이 소유하던 배드민턴 하우스라는 곳에서 배드민턴 경기가 열렸다. 이날 배드민턴의 공식 이름이 결정됐다. ‘더 게임 오브 배드민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배드민턴이라는 경기의 시작이다.


1887
년이 되면 배드민턴의 공식 규칙이 제정된다. 그리고 12년 뒤인 1899년 처음으로 배드민턴 대회가 열린다. All England Open Badminton Championship. 전영오픈의 시작이다. 1934년에는 국제 배드민턴 연맹이 결성된다. 초창기에는 캐나다, 덴마크, 잉글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가 참여했다. 영국축구협회가 지역별로 나뉘어 있듯이 당시에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가 각자 협회를 구성해 국제 배드민턴 연맹에 가입했다.


배드민턴은 인도를 거쳐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국가는 덴마크였다. 그리고 이후 배드민턴은 아시아 국가의 강세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 배드민턴의 4대 강국이다.



배드민턴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닉쿤 때문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배드민턴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 때문이었다. 닉쿤이 골프를 치면 어울리는 스포츠이고, 배드민턴을 치면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일까. (실제 닉쿤은 태국관광청의 광고에서 골프를 치는 장면으로 등장하기는 한다)

2000년을 넘게 이어 온 스포츠. 깃털 달린 공으로 운동 능력을 겨루는 경기. 네트 스포츠 중 가장 빠른 초반 스피드를 자랑하는 종목. 공식 경기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기록한 선수는 중국의 후하이펑이었다.2005년 수디르만 컵 대회에서 시속 332km를 기록했다.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2009년 가진 스피드 테스트에서는 말레이시아의 탄분홍이 무려 시속 421km짜리 스매시를 때리기도 했다. 기껏 200km 초반을 기록하는 테니스와는 그 초속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배드민턴의 기술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스포츠. 호쾌한 스윙이 라켓 스포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배드민턴 선수들이 휘두르는 가벼운 라켓은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드민턴은 가장 작은 움직임만으로 가장 큰 힘을 내야 하는 스포츠다. 테니스가 온 몸을 휘두르는 스윙을 한다면 배드민턴은 아주 작은 스윙으로 상대 코트에 셔틀콕을 꽂아야 한다. 일류 선수들의 스윙은, 특히 네트 플레이에 있어서 겨우 5cm의 움직임만으로 셔틀콕을 상대 코트 바닥에 내리 꽂을 수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학 제1목표를 떠올린다면 배드민턴은 가장 경제적인 종목이기도 하다.


배드민턴의 과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배드민턴의 동작을 분석하는 바이오메카닉스는 배드민턴의 최근 경향은 손목에서 하박, 상박으로 그 중요성이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배드민턴 동호인이라면 최근 경향에 따라 손목운동 보다는 팔 근육을 키우는 게 낫다. 더 빠른 스매싱을 때릴 수 있다.


배드민턴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다시 닉쿤 때문이다. 많은연예인들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한다. 적당히 교양 있어 보이고, 덜 저렴해 보인다.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배드민턴은 수많은 동호인이 즐기고 있으면서도, 거의 모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효자종목이면서도 여전히 닉쿤이라는 아이돌이 “배드민턴을 좋아해요”라고 말할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종목으로 남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배드민턴은 세계에서 2번째로 유명한 종목이다. 1위는 4년마다 월드컵을 벌이는 축구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고 세계 2위의 인기종목이면 이제, 누구나 좋아해도 괜찮아야 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할 듯 보인다.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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