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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당연한 승리도, 쉬운 우승도 없다 전무후무 시즌 전관왕,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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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드민턴코리아 댓글 0건 작성일 2022-12-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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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승리도, 쉬운 우승도 없다  전무후무 시즌 전관왕,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 ②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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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코리아] 


배드민턴 경기적인 코칭보다 그런 사람 관리가 훨씬 힘들 것 같다. 연차가 엄청난데 아직도 힘든가.

초창기엔 정말 힘들었다. 이젠 그런 매니지먼트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생겼고,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도 좀 생긴 것 같다. 사람 대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선수들이 내 마음을 100% 알 수 없다. 나도 선수들 마음을 100% 알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선수가 말을 좀 안 듣더라도 부딪히거나 할 이유는 거의 없어졌다.

 


지금 팀에도 말 안 듣는 선수가 있나? 그런 캐릭터는 없어 보이는데.

다들 유순하다. 서로 두루두루 잘 지내고, ()혜정이랑 ()유정이처럼 의좋은 자매가 같은 팀에서 뛰고 있으니 분위기가 더 좋다. 그런 선수단 분위기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아무리 개개인이 좋은 선수들이라도 서로 삐거덕거리고, 파트너랑 싸우거나 선후배끼리 알력 다툼이 생기면 그런 팀은 우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예전에 있던 선수들 중에도 말을 안 듣기보다는 개성이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고집이 강한 선수들이었던 거고. 선수들한테 잘해주는 것과 끌려가는 건 다르지 않나.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친하게 지내는 거고, 잘못할 때는 제대로 바로잡아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른 말은 잘 듣는데, 밥 좀 골고루, 많이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많이 안 먹는 애들이 있다(웃음). 입이 짧게 태어난 것을 어떡하겠냐만, 그래도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잘 먹어야 그만큼 코트에서 불태울 수 있지 않겠나. 팀에서 식사가 정말 잘 나온다. 선수촌보다도 밥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아들 원호도 어릴 때 키 많이 크라고 내가 몸에 좋다는 건 다 해다 먹였다(웃음). 그래서 지금 키(184cm)까지 크지 않았겠나.

 


확실히 지금 삼성생명 선수단은 분위기가 좋은 티가 난다. 대회장에 가보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우승하는 법에 습관이 든 것 같다.

우승의 맛을 확실히 선수들이 깨달은 것 같다. 당장 우승하면 팀에서 나오는 포상금도 물론 달콤하지만, 우승 그 자체의 기쁨을 알게 되고, 그 기쁨을 다시 한 번 누리고자 다음 대회에서도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러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텐데 여전히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긴장을 하는 선수들이 있어 안타깝다. 외부 사람들은 어우삼(어차피 우승은 삼성)’이라면서 삼성생명이 승리하고 우승하는 것을 퍽 당연히 여기지만, 나도 물론이고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겨야 본전이라는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이런 부담감들을 유난히 크게 가지는 선수들이 있다. 누가 봐도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코트에 올라가면 얼어붙는다.

 


설마 안세영 같은 선수들도 긴장을 하나. 이젠 명백히 국내무대에서 적수를 찾아볼 수가 없기도 하고, 배드민턴에서 찾아보기 힘든 흥겨운 세리머니도 많이 하는걸 보면 여유가 넘치는 듯한데.

심지어 ()세영이도 국내 대회에서 긴장을 한다. 남들은 여유로워 보인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세영이가 은근히 긴장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면서, 몇 살 위 선배들을 꺾는 것마저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압박감 속에 살았지 않나. 남들이 보기에 당연히세영이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굉장히 긴장하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적당히 압박감을 가지고 많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스스로를 옥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과하게 긴장하면 경기에서 실수가 나온다. 코리아리그 때 세영이가 미스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대회 전에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더라도 절대 그런 미스를 내는 애가 아닌데.

()가은이도 그 좋은 실력에도 여전히 긴장을 해서 제 실력을 다 못내는 것 같아 아쉽다. 국제대회는 물론이고 국내대회에서도 긴장을 너무 한다. 가은이는 세영이가 가지지 못하고 있는 파워라는 툴이 있어서, 본인이 좀 더 여유를 가지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자만해선 안 되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100점 만점 2002022, 2023년은?

 

올해 성적이 너무 좋아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을 것 같다. 내년은 어떻게 내다보나.

내년에도 국제대회 일정이 초반부터 큰 대회가 많다(말레이시아오픈 1.10~1.15, 아시아혼합선수권 2.14~2.19, 전영오픈 3.14~3.19). 이 사이사이 코리아리그 일정도 있고(1차 대회 1/31~2/5, 2/7~20/12/2차 대회 2/21~2/26, 2/27~3/4). 아시안게임도 있고, 올림픽 포인트 레이스가 시작되니까 국제대회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국제대회 뛰는 아이들 몸 상태가 가장 걱정이다. 장거리 비행 등 강행군 속에서 컨디션 관리가 매우 힘들다. 팀 입장에서도 국제대회 참가나 부상 등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면 엔트리가 부족하다. 단체전은 출전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운이 참 좋았다.


내년은 올해보다 일정이 훨씬 빡빡하니 선수 보호차원에서 단체전은 하나씩 쉬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다 출전해서 전관왕 한 게 그래서 더 부담이 되지만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지(웃음). 대표팀 선수들은 몸관리 잘해서 부상 없이 올림픽 포인트를 잘 쌓게끔 하고, 아닌 선수들은 국내 대회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끔 하는 것이 2023년 목표가 될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 응원하겠다. 끝으로 올해 고생해 준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지금 선수들이 얼마나 고맙고 예뻐 보이는지 모른다. 모든 우승이 다 행복했지만 올해 첫 대회였던 코리아리그, 그리고 마지막 전국체육대회 3관왕(단체전 우승, 개인전 여자복식, 개인전 혼합복식 우승)이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당연한 승리도, 우승도 없다. 우승 하나마다 감사하고 행복을 누리는 팀이 되어야 한다. 나 또한 지도자 생활 통틀어 가장 최고의 해를 보냈다. 선수로서는 19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이 가장 행복했다면, 지도자로서는 202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런 행운에 감사하며 내년에도 열심히 하는 삼성생명이 되도록 하겠다.


(모기업이) 삼성전기에서 삼성생명으로 이관되며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스포츠단 지원이 잘 되어있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 단장님을 포함해 팀 관계자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 프로종목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배드민턴과 모기업 홍보에도 우리 활약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혁희 기자

tags : #삼성생명, #길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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